박희춘 금감원 전문심의위원이 4일 재무제표 감리대상 회사를 늘리는 등 회계감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2017년 감리업무 중점추진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기 위해 회계감리 대상기업을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늘리고, 조선·건설 등 분식회계 취약 업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분식회계를 상당 기간이 지난 뒤에서야 적발해 사회적 파장을 제대로 막지 못했던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4일 재무제표(감사보고서) 감리 대상기업을 지난해 133개사에서 올해 172개사로 29%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해 38명이던 감리인력을 올해 52명, 내년 66명까지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금감원은 감리 대상이 늘어나면 상장법인 감리 주기도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조선·건설사 등 회계분식 고위험 회사와 회계분식으로 사회적 파장이 큰 회사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중요한 의혹사항이 발견되면 집중 감리하기로 했다. 또 분식회계 등이 발생할 경우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감사나 감사위원회의 감독 소홀과 고의 회계분식에 대한 제재조처 강화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회계법인 감사품질관리에 대한 감리는 지난해와 같은 회계법인 10곳을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삼일, 삼정, 안진 등 미국 상장회사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등록된 3개 회계법인에 대한 미국 당국의 올 정기 검사에도 공조할 방침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이런 조처가 그동안 분식회계를 제때 적발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이 2007~2012년 2조3천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으나, 2013년에서야 이를 적발했다. 당시 284명의 소액주주는 회사와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민사10부)은 지난 1월 강덕수 전 회장과 삼정회계법인에 60%의 배상책임을 인정해 5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우조선도 2012~2015년 5조7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이 과정에서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 소속 3명의 회계사들이 적극적으로 공모한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우조선의 조직적인 분식회계는 지난해 검찰 수사를 통해서야 그 규모와 수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유경재(법무법인 영진) 변호사는 “두 조선사의 경우 금감원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감리 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등 보다 공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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