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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국은 감세, 우리만 증세?…“법인세율 단순 비교는 위험”

등록 2017-04-30 16:44수정 2017-05-01 09:11

‘트럼프 감세’ 국내 논란 어떻게 볼까

대선 보수 후보들, 감세론 주장
‘국내실정과 다른 도식적 논리’ 평가
한국 법인세 실효세율 18%로
OECD 주요국 가운데 낮은 수준
늘어나는 복지 수요 대응 위해
법인세 등 세수기반 확충할 필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오른쪽)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오른쪽)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대폭 인하하겠다고 했다. 저를 제외한 후보들이 다들 증세를 말하는데 우리만 정반대로 가는 것 아닌가?”(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이명박 정부 때 낮춰줬는데, 2008년과 2016년을 비교하면 투자는 늘지 않고 기업 사내유보금만 늘었다. 법인세 인하가 투자로 연결된다는 단순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감세 정책은 국내 대선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주요 후보 대부분이 복지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으나, 일부 보수 후보의 경우 여전히 ‘감세를 통한 기업 투자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 탓이다. 홍준표 후보는 지난 28일 5차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들어 감세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실정을 감안하지 못한 도식적 주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표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은 24.2%(지방세 포함)로 오이시디 34개국 가운데 19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덴마크·스웨덴(22%), 영국(20%) 등을 제외하면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는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베니아, 라트비아 등 동구권 국가들이 다수다. 유로존에 편입되면서 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법인세를 낮춰온 나라들이다.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실효세율을 비교한 오이시디 공식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주요국 가운데 낮은 수준이다. 세계 33개국의 법인 실효세율을 집계한 영국 옥스퍼드대 기업조세연구소 자료를 보면,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8.0%로 7번째로 낮았다. 조세회피국으로 꼽히는 아이슬란드의 법인세 실효세율(17.7%)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미국(34.9%)·일본(33.6%) 등의 실효세율은 우리의 두배 수준이다.

무엇보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대응하려면 복지지출이 크게 늘어야 하는 국내 재정 현실에선, 법인세 인상을 시작으로 차츰 세수기반을 확충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법인세 인상이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행법상 국내 법인세는 과세표준(과표) 2억원 이하 기업은 10%,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기업은 20%, 200억원 초과 기업은 22%로 정하고 있다. 명목 최고세율은 1999년 28%에서 2002년 27%, 2005년 25%, 2009년 22%로 내려왔으며 2012년에는 과표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구간을 20%로 내린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다른 나라들에 견줘 상대적으로 일찍 법인세를 인하한 나라에 속한다.이 때문에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대선 후보들은 추진 시기나 과표구간 조정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이명박 정부 시절 이전 수준인 최고세율 25%로 회복하자는 쪽이다.

전문가들은 국가별 법인세율의 단순 비교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불완전 노동시장 하에서의 국가간 조세경쟁 모델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가별 법인세율의 단순 비교는 적정 법인세율의 설정이라는 의사결정에서 큰 의미가 있기 어렵다. 주요국의 법인세가 낮아지는 추세임에도 우리 경제 내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법인세 과세 권한은 강화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시장의 효율성과 무역비용 등 변수가 나라 사이 조세경쟁의 양상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등이 법인세 인하를 논의한다고 우리도 인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은 마치 등산길 초입에 있는 사람이 정상에서 내려오려는 사람들을 보고 뒤돌아서려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이종석 보좌관(공인회계사·재정조세 전문)은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유치하려는 미국 쪽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업들이 법인세 부담 때문에 해외로 나가려는 것이 아니라 현지화나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나가려고 하는 것이어서 상황이 다르다”며 “지난 10여년 간 세부담 수준이 기업은 낮아지고 개인은 높아진 추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기업의 세부담 여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낮은 조세부담률 수준과 재정지출 확대 필요성을 감안할 때 증세 논의는 불가피한데 현실적으로 법인세부터 물꼬를 트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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