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부회장, 비판 발언으로 촉발
문 대통령 “경총도 당사자” 경고에도
경총 “입장 변화없다”정면 맞서
본질은 ‘재벌-새 정부 대립’ 분석
새 정부 ‘양극화 책임 기업에’ 인식
여론 바탕 재벌 책임론 압박 시도
문 대통령 “경총도 당사자” 경고에도
경총 “입장 변화없다”정면 맞서
본질은 ‘재벌-새 정부 대립’ 분석
새 정부 ‘양극화 책임 기업에’ 인식
여론 바탕 재벌 책임론 압박 시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비정규직 정책 정면 비판’으로 촉발된 재벌과 새 정부 사이의 비정규직 갈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에도 가라앉기는커녕 확대되는 모습이다. 경총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새 정부는 ‘재벌 책임론’을 일자리 정책의 강력한 추진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어 향후 사태 전개가 주목된다.
29일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지난 25일 김영배 경총 부회장의 발언은)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경총의 기본 입장이라는 점에서 변화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재벌의 집단적 이해를 대변하는 ‘사용자단체’ 조직인 경총이 새 정부와 ‘대립각’을 분명히 세운 셈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25일 열린 경총포럼에서 “새 정부가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책을 발표한 이후 민간기업에서도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산업현장의 갈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문 대통령은 직접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이다.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도 “(김 부회장의 말은) 지극히 기업적 입장의 편협한 발언”이라고,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재벌들이) 압박으로 느낄 땐 느껴야 한다”고 압박했다.
표면상으로 이번 갈등이 ‘경총 대 새 정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재벌 대 새 정부’가 대립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실상 와해된 상태에서 경총을 통해 재벌이 조직적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경총이 “입장 변화는 없다”고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번 갈등 국면에서 가장 큰 관심은 새 정부의 ‘재벌 책임론’이다. 단순한 기선 제압용을 넘어 향후 비정규직을 둘러싼 갈등을 풀기 위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기업들은 “사정이 어려워 비정규직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말을 되풀이했고, 과거 정부도 “사정이 어려워도 고용을 늘리고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촉구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새 정부는 확연히 달라졌다. 국정기획자문위 경제분과의 한 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상시·정규직 고용이 하는 일과 똑같은 업무에는 비정규직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대원칙인데, 기업들이 이 원칙에서 벗어나 계약직을 마구 써온 잘못된 기존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새 정부의 주요 멤버들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장하성 실장은 평소 “노동시장 불평등과 양극화 책임은 대기업에 있다. 지난 20년간 일자리 줄이고 비정규직을 마구 늘려 재벌기업과 주주, 기득권층만 수혜를 누려왔다”고 비판해왔다. 장 실장이 쓴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보면, 지난 15년간 국민총소득 중에서 가계 몫은 1990년 71.6%에서 2015년 62.0%로 줄어든 반면, 기업소득 비중은 같은 기간에 17.0%에서 24.6%로 늘었다. 새 정부 경제팀이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진단 및 처방에서 ‘재벌 책임론’을 펴는 근거인 셈이다.
비정규직 고용이 만연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고용 없는 성장’의 골이 깊어지면서 대다수 국민들이 이제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정서적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는 판단도 새 정부가 재벌 책임론을 펴는 배경으로 알려진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분노와 민심을 일자리 정책 성공의 동력으로 활용해 대기업의 저항을 돌파하고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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