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공부문 일자리 규모가 전체 취업자의 8.9%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이 국제기준(UN SNA 2008)에 맞춰 작성한 것으로, 공공부문 고용에 대한 첫 공식 통계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를 보면, 2015년 12월 기준 공공부문 일자리는 233만6천개에 이른다. 일반정부 일자리(중앙·지방정부(군인 포함), 기금) 199만개와 지방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을 비롯한 공기업 일자리 34만6천개를 아우른 규모다.
통계청은 이 지표를 오이시디에 제출해, 올해 이 기구가 발표할 공공부문 일자리 국가 간 비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통계는 군인연금을 포함한 사회보험 자료와 국세청 과세 자료 등 17개 행정자료를 분석해 작성됐다. 이 결과 기존 통계에 잡히지 않아온 직업군인 일부와 지자체 출연기관·별정우체국·공영방송사 직원 등이 추가됐다. 2015년 12월 한 달을 기준으로 이 기간에 공공부문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던 이들도 반영됐다.
다만 민간에 위탁된 사회서비스 일자리와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일자리 현황은 이번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공부문 내 비정규직과 정규직도 구분되지 않았다. 은희훈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간접고용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행정기관 자료에서 발견하지 못했다. 비정규직의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있을지 찾아보고 하반기에 검토해 별도 통계를 마련해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나온 통계는 공공부문 일자리 범주를 비교적 넓게 잡은 것이지만, 오이시디 국가들의 평균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인 21.28%(2013년 기준)에 견주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최하위 수준이다. 이 기간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가진 나라는 덴마크로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34.9%에 달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10%를 밑도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7.94%)뿐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유독 낮은 이유로 공공부문에 대한 낮은 재정지출과 함께 과도한 사회서비스의 민간 위탁을 꼽는다. 정부가 임금이나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사립학교 교원, 민간 보육·요양시설 노동자,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는 의료업 종사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사회서비스를 공공부문에 끌어들이기 위한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 등이 새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은 단계다.
정부는 민간위탁 사회서비스가 공공부문 안으로 흡수될 경우, 현재 8.9% 수준인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을 대략 12~13% 수준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약속한 오이시디 절반 수준의 공공부문 일자리 규모에는 도달할 수 있는 셈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사회서비스 형성 초기부터 신자유주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부문 안에서 해결돼야 할 사회서비스까지 과도하게 민간영역에 넘어간 상황”이라며 “사회서비스의 민간 위탁은 비용이나 서비스의 질 제고 등 효율성 측면에서도 별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가운데 2014년과 2015년에 동일한 직원이 근무한 ‘지속일자리’는 86.3%이고 근로자가 대체되거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 ‘신규 채용된 일자리’는 13.7%로 집계됐다. 비공공부문의 경우, 지속일자리와 신규 채용된 일자리가 각각 65.2%와 34.8%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부문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임을 알 수 있다. 또 남성 일자리는 전체의 55.7%로 여성의 1.25배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기업 특성별로 보면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과 교육서비스업이 전체의 79.4%를 차지한다.
한편 국제기준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 정부 부문 일자리를 공공부문에 넣는 것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정부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비영리단체나 공기업을 공공부문에 넣는 것에 있어서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프랑스와 영국은 국가와 계약을 맺은 사립학교를 공공부문에 포함하지만 일본은 가계봉사 비영리단체로 분류해 포함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사립학교 교원의 임금과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지만 이들의 자율성이 높다고 판단해 공공부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은희훈 과장은 “각 나라의 특수한 상황 탓에 국제기준을 완벽하게 따를 수는 없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현재 국내 상황에 비춰 공공부문으로 볼 수 있는 부분만 통계에 담았는데, 이 기준은 앞으로 계속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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