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과 지역주민의 거센 반대에도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하면서,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은 앞으로 구성될 ‘공론화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새 정부 ‘탈원전 정책 1호’인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중단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공론화위로 장소를 옮겨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일단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일시중단되면서 전국의 신규 원전 건설은 사실상 ‘올스톱’ 상황이 됐다.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해 총 6기의 신규 원전을 추진해왔다. 건설 준비 단계인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도 새 정부의 방침이 확정될 때까지 설계용역이나 환경영향평가용역이 중단된 상태다. 다만 완공을 앞둔 신고리 4호기(공정률 99.6%)와 신한울 1·2호기(공정률 94.1%)는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한수원 이사회가 일시중단을 결정하면서, 공사 완전 중단 여부를 최종 판단할 시민배심원들을 선정하는 공론화위가 조만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무조정실은 총 9명으로 공론화위를 구성할 계획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공론화위 구성을 위해 분야별 전문기관과 단체에 후보자 추천을 의뢰했고, 주요 사실관계 자료와 제기 사항들에 대한 자료 정리작업도 하고 있다”며 “공론화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훈령 제정은 마무리 상태에 있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위원회 구성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곧 발족할 공론화위원회는 3개월 시한을 지켜야 하는 시간적 제약 속에 운영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날 한수원 이사회가 공사 일시중단 시점을 ‘공론화위가 발족하는 시점부터 3개월’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3개월 시한에서 하루라도 넘기면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곧바로 재개된다. 공론화위에서 석달 안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한수원은 다시 이사회를 열어 공사 중단에 대한 추후 방침을 재결정하기로 했다.
‘한수원 이사회’라는 첫 문턱은 넘었지만, 공론화위 향후 활동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새 정부 정책에 대해 찬반양론이 뚜렷이 갈리고 집단화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증폭되는 국면이다. 이미 탈원전 정책에 반발하는 원자력 학계, 원전업계, 한수원 노조, 지역주민 등이 결사체를 구성해 연대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결정에 울산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은영(41·울주군)씨는 “당연한 조처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정부의 당연한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영두(79·울주군)씨는 “주민들에게 공청회나 설명회도 없이 이렇게 짓던 원전의 공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한수원의 횡포”라고 우려했다. 울산 지역에선 오는 18일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가 출범할 계획이다.
14일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 경찰 병력이 배치되는 등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날 아침 한수원은 경주 스위트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중 공사 일시중단 계획'을 의결했다. 경주/연합뉴스
이사회 의결을 저지해온 한수원 노조는 반발 움직임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노조의 한 간부는 “국가의 중요 정책 결정을 졸속 ‘도둑 이사회’로 결정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회사에 당장 1천억원의 손실을 끼친 이사진을 모두 배임 혐의로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실 보전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한수원이 밝힌 1천억원은 3개월간 기자재·시공·설계에 걸친 각 영역은 물론 7월1일부터 이날 일시중단까지의 협력사 손실 비용을 포함해 추산한 것이다. 한수원은 이 손실보상 재원은 신고리 5·6호기 사업비(예비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관련 업체는 1700여 곳으로 종사자는 1만2800명(현장 인력 1천여명)에 이른다. 3개월 중단에 따른 공사업체의 손실 비용 추산 내역은 물론 석달간 임금과 일자리를 놓고도 갈등이 계속 번질 수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수원이 석달 동안 현장·자재·장비 유지관리 업무 등에 인력을 투입해 고용을 최대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가 기습적으로 열렸다는 사실도 공론화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한수원은 이날 “오늘 긴급하게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염려도 있었다. 이사들의 고뇌 어린 결정에 양해를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와 탈핵단체들은 이날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결정을 환영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반대하는 쪽에서도 공론화위를 보이콧하겠다는 흐름까지는 아직 안 나오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조만간 탈핵단체 뿐 아니라 각 영역의 시민사회단체를 결집한 새로운 연대조직을 발족해 탈원전에 반대하는 쪽이 침소봉대해 제시하는 잘못된 정보에 적극 대응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계완 정인환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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