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이화는 지난 5월8일 중견기업연합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개최한 제1회 올해의 중견기업 대상 시상식에서 해외진출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 서연이화 홈페이지 갈무리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인 서연이화가 2차 협력사인 태광에 부당 납품단가 인하 등의 ‘갑질’을 저지른 것은 물론 태광의 전 경영진으로부터 회사를 인수한 뒤 ‘납품중단’ 협박을 받았다며 검찰에 고소하고, 회사의 소유·경영권을 차지하는 ‘신종 갑질’까지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차도 2차 협력사에 회사 매각을 종용한 혐의가 있어 ‘공동책임론’이 제기된다.
16일 현대차의 1차 협력업체인 서연이화와 2차 협력업체인 태광에 따르면, 서연이화와 태광의 손영태 전 회장은 지난 4월26일 서연이화가 태광의 자산·부채를 일괄 인수하고, 직원 고용을 1년간 보장하는 조건으로 손 전 회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 100%를 50억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합의서는 “태광이 (부도위기를 이유로) 사업종결 및 부품공급 중단을 요청한 것에 대해 (서연이화가)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합의한다”고 명시했다. 또 “(양쪽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의했음을 재차 확인하고, 이후 이의제기, 손해배상 청구, 기타 민사·형사·행정상 일체의 법적 조처를 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서연이화와 태광의 전 경영진은 이틀 뒤인 4월28일 정식으로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손 전 회장이 태광 부채 463억원과 관련해 은행에 제공한 연대보증 책임을 서연이화가 인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서연이화는 5월2일 태광의 전 경영진이 부품공급 중단을 위협하며 회사 인수를 강요했다며 은행에 계약무효와 연대보증 인수 거부 방침을 통보했다. 또 태광의 전 경영진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어 태광의 주식소유권과 경영권을 차지하고, 법원에 회사 회생을 위해 채무탕감을 해달라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서연이화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은 “부품공급이 끊겨 현대차의 생산라인이 멈추면 서연이화가 1분당 50만~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것을 아는 태광이 부품공급 중단을 협박해 50억원에 회사를 인수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태광의 전 경영진이 부품생산용 금형 옆에 시너 통을 두고, 옷 속에 칼을 품고 다녔으며, 사무실에 야구방망이와 시너 통을 놓아두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태광의 전 경영진은 “부품공급 중단을 협박한 게 아니라 부도위기로 정상적인 부품공급이 어려운 상황을 알린 것”이라며 “서연이화가 회사를 부도 처리하면 뒷돈을 챙겨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근로자들을 배신할 수 없어 거절했고, 50억원의 인수액도 회사가치를 감안할 때 무리한 금액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시너 통이나 야구방망이는 금형을 강제로 뺏으려 한다는 얘기가 나와 방어 조처를 한 것이고, 칼은 위협용이 아니라 회사가 잘못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에 갖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특히 태광의 전 경영진은 서연이화가 계약무효를 주장하면서도 태광의 소유·경영권을 차지하고 법정관리까지 신청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태광 쪽의 조인명 변호사는 “서연이화가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460억원의 태광 부채를 일부 탕감받고, 나머지는 연대보증을 선 태광의 전 경영진에게 떠넘기기 위해 계약 이전부터 검찰 고소를 포함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앤장은 서연이화의 ‘이중행보’에 대한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현대차도 서연이화의 태광 인수 과정에 개입했다. 태광의 전 경영진은 “현대차의 구매담당인 이아무개 이사가 4월26일 합의서와 4월28일 정식계약 체결 전후로 수차례 휴대폰 문자와 전화통화를 통해 ‘서연이화가 단독으로 태광을 인수하기로 했다’ ‘나를 믿고 빨리 합의하라’고 독려해, 이를 믿고 계약을 맺었다”며 “현대차가 서연이화의 계획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구매담당 임원의 권유는 부품공급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었고, 서연이화의 고소나 법정관리 신청은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고소 사건을 맡은 경주지청(담당 옥성대 부장검사)은 지난 14일 태광의 전 경영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태광 쪽의 오영중 변호사는 “검찰이 태광이 부도 위기를 맞은 구조적 원인인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같은 갑질 수사는 외면한 채 구속영장을 서둘러 청구한 것은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며 “국민에게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과 검찰이 모두 대기업의 ‘갑질 도우미’로 비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검찰이 손영태 전 태광 회장과 손정우 전 사장 부자에 대해 한꺼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지적된다. 손정우 전 사장은 “서연이화도 합의서에서 ‘태광이 지속적인 적자를 보면서도 최선을 다했으나 무리한 단가 책정 등 갑질로 인해 부실이 누적돼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고 부득이 사업종결 및 공급중단을 요청했다’며 스스로 갑질을 인정했는데, 검찰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검사가 피의자 조사를 할 때 ‘회사경영이 어려우면 그냥 부도 낼 것이지, 왜 부품공급을 중단한다고 협박했느냐’며 서연이화를 편드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