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분석 시나리오에 농산물 민감품목의 추가 개방까지 포함되면서, “‘소규모 패키지 개정협상’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고, 농업 분야는 (넘어설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해온 우리 통상당국의 애초 방침과 달리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다뤄질 품목의 폭 및 개방 속도가 ‘소규모’를 넘어 훨씬 더 넓어지고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교섭본부는 경제적 타당성 분석과 관련해 최근 국회 보고에서 ‘기존 양허안 개선(추가 개방 및 조기 관세철폐 등)에 따른 타당성 검토 목적’이라고만 밝혔다. 협정상의 개방 양허 품목은 총 1만1200여개로, 이 가운데 제조업 공산품이 840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양국 교역의 93%(금액 기준)를 차지하는 제조업 품목은 협정 발효(2012년 3월) 이후 5년간 대부분 관세가 철폐돼 양국 모두 관세율이 0.1%(가중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농촌경제연구원이 합동으로 마련 중인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관여하는 한 관계자는 “공산품의 경우 관세철폐 스케줄을 기존 양허안보다 앞당길 만한 300여개가 남아 있는데 그냥 둬도 2020년에 거의 무관세로 바뀌므로 철폐 시기를 앞당기는 경우를 시나리오에 넣어도 경제적 효과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가 개방되거나 기존 양허 기간보다 앞당겨 관세가 조기 철폐될 수 있는 품목은 주로 농축산물이다. 협정상 우리 농산물의 시장개방 자유화율은 97.9%(품목 수 기준)로 상당히 높다. 결국 개방 양허에 이미 포함돼 있긴 하지만 15년 이상에 걸친 장기 관세철폐, 저율할당관세(TRQ), 계절관세 적용을 통해 예외적으로 국내 시장을 보호하고 있는 농산물 ‘민감품목’이 개정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공산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타당성 보고서도 이를 반영해 민감품목의 관세 변동을 개정 시나리오 중 하나로 분석 중이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양허 대상에서 제외된 쌀과 관련된 16개 품목은 여전히 개정 시나리오 분석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다른 농림축산물 일부 품목은 개방 일정을 길게 잡는 등의 방식으로 현실적으로 내줄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분석모형에 반영해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은 양허 대상인 총 1531개 품목 중 954개 품목이 발효 5년 동안 이미 관세가 철폐됐고 양허 제외 및 계절관세(32개)를 빼고 나면 545개가 ‘6~10년 초과’ 관세철폐로 현재 수입 관세가 남아 있다. 이 중에서 예외적으로 취급돼온 농수축산물 민감품목은 총 176개다. 쇠고기(관세 40%를 15년간 철폐)·돼지고기(냉장. 관세 22.5%를 10년간 철폐)·보리·팝콘·옥수수(전분)·감자전분·설탕·고등어·명태어육·꽁치·식용감자·식용대두·포도 등은 현행 관세를 유지하거나 10~17년에 걸쳐 관세를 줄여가되 마지막 연도에 확 푸는 스케줄로 돼 있다. 이런 품목의 개방도가 앞당겨지는 상황이 시나리오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는 것인데, 보고서는 “‘민감’ 분류 품목군의 개방·자유화가 촉진되더라도 해당 업종에 미칠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와 투자는 미국이 주로 관심을 보여온 기술적 무역장벽 같은 각종 ‘비관세장벽’이 철폐되는 상황을 함께 묶어 분석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률, 의료, 지식재산권, 항공운송 서비스 등에서 개방 이행속도를 높이고, 미국 자본의 국내 시장접근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진 총 91개의 ‘서비스 유보’(현행유보 47개, 미래유보 44개) 목록에서 변동이 일어나는 것도 개정협상 시나리오 모형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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