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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장에서] ‘내로남불죄’의 혐의

등록 2017-11-05 17:35수정 2017-11-05 23:08

홍종학 중기부 장관 후보의 증여 논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보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며칠 사이에 밝아졌다.보좌팀의 한 관계자는 “논란을 빚고 있는 증여 재산의 자세한 내역과 세금 납부 자료를 모두 확보해 국회 인사청문위원들에게 제출했다.내부적으로 검토해 봤더니 소명 근거가 충분하고 완벽한 합법적 증여임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국회 청문위원들도 그렇게 받아들일까?

홍 후부자의 부부와 미성년자 외동딸이 후보자 부인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은 모두 부동산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울 압구정동 중형아파트 한채, 충무로 5가 상가건물 지분 50%, 경기 평택 소재 상가건물의 토지지분 50% 등을 받았다. 증여 당시 실거래가격 기준으로 합산한 값어치는 약 37억이며, 홍 후보자 가족은 이에 대해 9억9천만원의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고 한다. 증여가액 대비 실제 낸 세금액으로 실효세율을 계산하면 26.8%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세율이다.

국세청이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9년 동안 증여재산 상위 10%의 평균 실효세율은 16.6%에 불과하다. 평균 증여재산가액은 14억4천만원으로, 상속·증여세법상 40%의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인데도 각종 감면·면제·공제 항목들 때문에 실효세율은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에 비해 홍 후보자 가족의 실효세율은 일반적인 수준보다 훨씬 높고 명목세율(30~40%)과의 괴리도 적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구재이 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세무사)은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홍 후보자의 경우를 ‘결벽증에 가까운 성실한 납세자’의 사례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세금을 많이 냈다고 해서 의혹과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는 건 아니다. 애초 홍 후보자 가족의 증여 방식에 대해 여론의 눈총이 쏠린 까닭은, 홍 후보자의 장모가 8억3천만원 상당의 충무로 상가건물 지분 25%를 따로 떼어내 외손녀에게 물려준 때문이다. 상속·증여세법은 이처럼 세대를 건너 뛰는 ‘세대생략증여’를 보장하는 대신 30%의 할증과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증여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홍 후보자의 딸도 조금 복잡한 과정을 거키기는 했으나 어쨌든 할증세까지 다 낸 만큼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그렇다고 해서 홍 후보자가 비판여론에서 자유롭다고 하긴 힘들다.

그는 19대 국회에서 활동하던 2014년 11월에 세대를 건너 뛴 증여 방식을 ‘세법의 빈틈을 이용한 합법적 절세’라고 비판하며 할증과세를 강화하는 법안을 동료의원들과 함께 발의한 적이 있다. 앞서 시민단체 활동가나 대학 교수 시절에도 ‘부의 과도한 대물림’은 시장경제의 활력과 공정한 경쟁질서를 해친다고 늘 주장했다. 그랬던 진보적 경제학자가 지금은 그런 대물림의 수혜자가 되어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내로남불)이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처지이다.

18세기 영국 정치사상가 에드먼드 버크는 “우리 마음은 논리 이상의 것들에 의해 움직이며, 따라서 정치는 논거 이상의 것들에 대해 답해야 한다”라고 했다. 오는 10일 열리는 인사청문회에서 홍종학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 공세에, 자세하고 충분한 근거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대로 했다’는 식의 맞대응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법을 자기 이익의 수단으로 잘 이용하는 것은, 일반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의 덕목과는 거리가 멀다. 인사청문회에서 좀더 국민 마음을 헤아리는 홍 후보자의 답을 기대해본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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