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주)프론텍의 품질검사 실시간 모니터링 스마트 공정 모습. 프론텍 제공
자동차용 볼트, 너트 생산업체 프론텍은 2년 전 10개 조립라인에 스마트 공정을 도입했다. 그전엔 한 라인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람이 처음과 중간쯤, 마지막에 세 차례 골라 일일이 줄자를 대보고 크기가 같은지 품질을 확인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장과 사무실의 모니터를 보고 데이터를 확인해 합격 여부를 가리면 된다. 스마트 공정 도입 이후 프론텍에선 불량률이 67% 줄고, 직원들의 업무 강도도 낮아졌다. 작업의 질이 향상되자 일자리도 늘었다. 인력 구하기가 어려웠던 프론텍은 스마트 공정을 도입한 뒤 경력단절 여성 45명을 채용했다. 모니터로 현황을 확인하고 컴퓨터로 조작하면 되니 여성에게도 제조업의 문이 열린 것이다.
스마트 공장을 정의하는 키워드는 정보통신기술과 맞춤형 생산이다. 생산기술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도입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이른 시간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한다. 한국에서 스마트 공정을 도입한 기업은 지난해 12월 기준 2800개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스마트 공장 보급·확산 사업 성과’를 보면, 이들 기업의 생산성은 이전보다 23% 증가했고 불량률과 원가는 각각 46%, 16%가 줄었다. 고용의 경우 스마트 공정 도입 기업은 6%가 늘어 전체 제조업 평균 3.6%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18일 발표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서 중소기업 전용 연구개발을 통해 2022년까지 스마트 공장 2만개를 보급하고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 공장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생산성을 올려 정부가 핵심 정책기조로 삼는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스마트 공장의 질적 수준이 아직 높지 않다는 점이다. 공장 스마트화 수준은 △기초 △중간 1 △중간 2 △고도화의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전체 2800여개 스마트화 구축 공장 가운데 79.1%가 기초 단계다. 기본적인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생산이력을 추적 관리하는 등 기초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중간 1, 중간 2 수준의 공장은 각각 19.2%, 1.7%다. 사물인터넷과 스마트 기술에 기반해 맞춤형으로 수요와 공급을 관리하는 고도화 스마트 공장은 아직 먼 미래다.
스마트 공장이 일자리를 줄일 것이란 전망도 스마트 공장 확대의 걸림돌이다. 독일의 ‘산업 4.0’을 연구하는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독일은 로봇이란 말 대신 사람과 일을 함께 한다는 의미로 ‘코봇’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며 “일자리는 기술을 받아들이는 정책적 개입에 달려 있으므로 사회적 대화를 통해 기술과 노동자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15~16일 열리는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오전엔 세드리크 나이케 독일 지멘스 그룹 부회장이 “‘좋은 일’과 함께하는 스마트 공장”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이 강연에서 나이케 부회장은 스마트 공장 도입과 그에 따른 노사의 사회적 합의에 관한 생생한 경험을 전할 예정이다.
조창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h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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