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 FTA 발언 수위 낮췄지만…

“무역적자 반드시 해결” 개정 목표는 분명히
예전 “끔찍한 재앙”과 달리 온건한 표현 사용
문 대통령 “균형잡힌 무역혜택 함께 목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적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강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의 목표를 무역적자 해소에 맞추고 있음을 강력하게 내비쳤다. 통상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예전에 비해 비교적 온건해졌으나, 미국의 거듭되는 압박 속에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의 축소와 에프티에이 개정협상이 정부의 당면 과제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한 머리발언에서 “미국은 무역적자를 원하지 않는다. 반드시 해소되길 바란다”며 “한국과 많은 비즈니스를 이행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교역문제와 관련해 좋은 소식이 있고 잘 진전될 것”이라고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입을 언급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자유롭고 공정하고 상호호혜적인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을 위한 협상 착수를 이끌어낸 것에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등 한-미 에프티에이를 두고 “폐기” 혹은 “끔찍한 재앙”이라고 비난해온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온건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수지 문제를 다시 강조함에 따라 앞으로 협상에서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를 최종 목표로 삼아 자동차·철강 등 대규모 적자 품목을 중심으로 통상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개정협상에서 다뤄질 품목의 범위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에) 한-미 에프티에이는 성공적이지 못했고 좋은 협상이 아니었다”고 분명하게 잘라 말하기도 했다. 우리 통상당국은 개정협상 테이블의 ‘외곽’에서 미국산 무기와 셰일가스 등 에너지 제품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무역흑자 감축 노력에 나서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양국 정상은 또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협상 착수를 위한 내부 이행절차를 서둘러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하고 균형 잡힌 무역 혜택을 같이 누리기 위해 에프티에이 개정 관련 (양국 내부) 협의를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더 나은 협정을 위한 개정협상에 조속히 나서도록 통상당국에 지시한 데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내부 관련 절차를 이른 시일 안에 끝내고 내년 초에 본격 개정협상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우리나라 장관·참모들과 인사를 나눌 때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얘기를 나눠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조계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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