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로 주고 말로 받은 ‘67억달러 적자’…미 공세에 ‘농가 비명’

한미FTA 5년 농업 피해 규모 어느정도?
발효 5년간 수입 빗장 대부분 풀려
농수축산품 수입 14.8% 증가
쇠고기 점유율 47.7% ‘1위’
연간 대미수지 적자 59.5억달러→67억달러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관련 공청회’가 열린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회의장에서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 회장(오른쪽)을 비롯한 농민들이 산업통상자원부에 협상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계속된 농민들의 항의로 공청회는 무산됐다. 김성광 기자 [e-mail]

2012년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해마다 늘면서 우리나라 농축산물의 대미 무역수지 적자폭도 날로 커지고 있다.

협정 발효 후 5년(2012~16년)간 대미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는 67억달러(연평균)로, 발효 이전 5년(2007~11년)간 적자(59억5천만달러)에 견줘 연평균 7억5천만달러 늘었다. 이 기간 동안 우리 농축산물의 대미 수출은 4억달러(연평균)에서 5억9천만달러로 늘긴 했으나, 미국산 수입액이 63억6천만달러에서 73억달러로 9억4천만달러(14.8%)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발효 이후 미국산 수입증가율(물량 기준)은 포도·체리·오렌지 등 과일·채소(82.6%)와 쇠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57.8%), 혼합조제식료품 등 가공식품(52.5%) 등이 주도했다. 반면 곡물은 26% 감소했다. 전체 미국산 수입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옥수수 등 곡물 수입액이 미국 내 작황 부진으로 수출량이 줄어 그나마 미국산 수입증가율 급등을 상쇄한 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관세철폐 품목을 중심으로 미국산 수입이 물량과 금액 기준 모두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 농산물의 대미 수출은 궐련·음료·소스제품 등 가공식품과 채소종자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는 시장점유율에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자료를 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협정 발효 1년차인 2012년 10만6천톤에서 2016년 16만9천톤으로, 올해 1~10월 15만1천톤으로 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호주산을 제치고 수입산 쇠고기 점유율(47.7%) 1위에 올랐다. 돼지고기는 2012년 13만1천톤에서 지난해 14만9천톤으로, 올들어 10월까지 12만5천톤에 이른다. 분유 수입은 2012년 1만9천톤에서 지난해 6만1천톤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수입량을 협정 발효 이전과 견줘보면, 기준관세율(24%)이 발효 즉시 철폐된 체리는 지난해 191%(금액 기준 226%)나 증가했고, 포도(관세율 24%·17년간 균등철폐)는 74.9%(금액 기준 115%), 오렌지(관세율 50%·7년 철폐)는 36%(금액 기준 64%) 증가했다.

앞서 2011년 협정 비준 당시 정부는 쇠고기·돼지고기·포도·치즈·식용대두·식용감자·분유 등 총 200개 ‘민감품목’은 관세철폐 양허기간을 ‘12년 이상’ 장기 스케줄로 잡거나 계절관세를 적용해 “국내 농가를 보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발효 5년간 수입 빗장이 풀린 채 거의 모든 농산물이 피해 영향권에 노출된 것이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농경제학)는 “외면상으로는 현행 관세를 유지하거나 장기간 관세철폐를 양허했지만 실제로는 무관세 수입쿼터할당이 해마다 늘면서 수입이 급증해, 10∼15년 장기철폐 조항이 농가 보호 역할을 거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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