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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 쇠고기 수입 두배…농축산업 연쇄타격

등록 2017-12-11 18:02수정 2017-12-11 22:06

한-미 FTA 발효 뒤 미국산 시장 점유율 급증
거의 모든 농축산물에 ‘넓고 깊은’ 타격
개정 협상에서 관세 재조정 등 적극 대응 필요요
새 통상조약법 ‘농업 보호·육성 의무’ 명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앞두고 정부가 “농업은 레드라인”이라며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협정 발표 이후 5년간 우리나라 농축산물의 피해가 급증해 오히려 우리 쪽이 미국에 농축산물 분야 관세양허 재조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물량을 보면, 광우병 파동 이후 2008년 6월 수입이 전면 재개된 쇠고기는 2007~2011년 6만6천톤(연평균)에서 2012~2016년 12만6천톤으로 82.7% 증가했다. 돼지고기는 같은 기간 23% 늘었고, 닭고기·분유·치즈 등까지 포함한 미국산 축산물 전체 수입물량은 19.4% 증가했다. 수입금액 기준으로는 증가율이 57.8%에 이른다.

미국산 수입 증가에 따라 국내 농가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쇠고기 농가는 2011년 15만7천호에서 2016년 8만5천호로 36.1% 줄었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농가는 1773호(32.8%), 낙농 농가는 714호(16.1%) 줄었다. 국내 소비량 가운데 국산이 차지하는 ‘자급률’은 한우육은 2012년 48.1%에서 2016년 39.0%로, 돼지고기는 78.2%에서 72.7%로 떨어졌다.

협정 발효 5년 동안 전체 농가 피해는 미국산 수입 대상 여부나 수입량의 변화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품목에 걸쳐 ‘넓고도 깊다’. 농축산물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먹거리라는 특성상 어떤 품목의 수입이 늘어나면 다른 품목들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전체 농축산물 생산·소비가 함께 타격을 받는다. 또 농가마다 미국산 수입 피해가 더 적은 작목으로 옮겨가면서 다른 품목들도 과잉 생산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가격폭락 등 피해가 연쇄적으로 유발된다.

조석진 낙농정책연구소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쇠고기 등 농축산물 민감 품목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앞으로 5~10년간 한국 농업은 ‘끓는 물 속의 개구리’ 신세”라고 말했다. 농산물 특성상 협정 이행 기간이 경과할수록 농업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안병일 고려대 교수(식품자원경제학)는 “농산물시장은 품질·가격경쟁력 못지않게 소비자의 맛과 기호가 (미국산에) 익숙해지면 국내 농가는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입게 된다”며 “농산물 관세 철폐가 10~15년 장기 스케줄로 돼 있는데도 발효 5년 만에 국내 농가가 이 정도 피해를 입고 있다면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미국산 수입농산물에 대한 관세철폐율은 97.9%(품목수 기준)에 이른다. 농축산물 양허 대상 총 1531개 품목 중 지난 5년간 관세가 완전 철폐된 건 954개다. 즉, 품목수 기준으로 37.3%는 아직 관세가 남아 있다.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증가 요인으로는 협정에 따른 관세 감축·철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석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장은 “지난 5년간 쇠고기·돼지고기·치즈(수입량 192% 증가)·분유(수입량 1300% 증가)·과일 등 관세율 하락·철폐와 무관세 할당쿼터(TRQ) 품목 중심으로 수입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미국산 곡물·사료·닭고기는 협정 발효 이후 오히려 수입량이 줄었으나, 무역협회는 “미국 내 작황 부진과 조류독감 발생 등 현지 사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석호 실장은 “국내 거의 모든 농가들이 미국산 수입 증가에 따른 직간접적 소득·생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 협상에서 농축산물 양허의 기존 불균형을 개선하는 쪽으로 우리 협상당국이 오히려 공세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는 “농축산물에서 양허 재조정을 통한 양국 간 ‘이해균형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도 쇠고기 수입관세(2011년 40%. 15년간 균등철폐)를 현재 수준(24%)에서 동결하거나 철폐기간을 20년으로 재설정하고, 미국산 쇠고기 위생조건을 현재의 30개월령에서 20개월령 미만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미국산에 대한 빗장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는 농산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 기준(쇠고기 연간 30만톤)을 대폭 완화하고, 분유 등 무관세 쿼터 할당량(분유의 경우 연간 5천톤에서 매년 3%씩 복리 증량)의 부당하고 불균등한 조건을 삭제하는 등 실질적 개선을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은 “정부는 통상조약 이행을 이유로 헌법에 따른 농·축·수산업의 보호·육성 등의 의무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8일 한-미 에프티에이 통상조약 체결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는 것을 끝으로 국내 이행 절차를 모두 마치고 미국과 일정 협의를 거쳐 개정 협상 착수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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