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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종교인 과세 논의는 왜 맨날 뒷걸음칠까요

등록 2017-12-22 19:38수정 2017-12-27 19:26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지난 5월31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종교인 과세 유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31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종교인 과세 유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국 이후 조세체계가 갖춰진 이래 종교인에 대해 과세하는 획기적 전환이 내년에 있는 것입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뜨거운 감자’인 종교인 소득 과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내년 1월부터 종교인 과세를 어떻게든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세종시에 상주하며 기획재정부를 취재하는 경제부 정책금융팀 정은주입니다.

종교인 과세는 해묵은 과제입니다.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1968년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가 종교계의 거센 항의로 과세를 철회한 지 꼭 50년 만에 시행을 앞두고 있으니까요. 최근 입법예고한 ‘소득세법 시행령’이 형평과세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기재부는 “일단 시행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해명합니다. 머뭇거리다가 자칫 또 국회가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예’ 카드를 꺼내 들까봐 걱정하는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종교인 과세는 논의를 거듭할수록 후퇴해왔습니다. 정부든 국회든 이해당사자인 종교인의 눈높이에 맞춰 소득세법과 시행령을 끊임없이 뜯어고쳤기 때문입니다. 2012년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특별한 예외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종교인 과세 시행을 공식화했고, 2013년 소득세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사례금)으로 보고,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하면서 나머지 소득에 대해 주민세를 포함한 22% 세율을 적용해 원천징수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정부 법안은 일반 납세자에 견줘 종교인의 세율이 낮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는데, 국회에서 종교인과 간담회를 거치면서 오히려 더 완화됐습니다. 우선 원천징수 규정을 삭제하고 종교인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신고·납부하도록 했고요. 기타소득에 ‘종교인 소득’이라는 범주를 신설해 ‘종교인 소득’을 ‘종교인이 종교의식을 집행하는 등 종교인으로서의 활동과 관련해 종교단체에서 받은 소득’으로 좁혔습니다.

“종교인 과세는 세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현행 근로소득세에 의하는 방법, 그다음에 기타소득이 있고, 마지막으로 종교인 과세라는 항목을 만드는 겁니다. 세가지가 갈수록 종교인들한테 더 유리하게 고안돼 있습니다.”(2015년 11월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나성린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

불교와 천주교는 종교인 과세를 입법하는 데 찬성했지만, 일부 개신교는 여전히 반대했습니다.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면 과세당국이 세무조사를 통해 종교단체의 장부를 열람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또 한번 후퇴했습니다. 종교계의 의견을 반영해 세무당국의 종교단체에 대한 장부 열람을 종교인 소득과 관련한 부분에 한정하도록 법안을 변경한 것입니다.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원천 봉쇄한 셈인데, 전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현재 불타오르는 특혜 논란의 불씨는 그때 이미 댕겨진 것이지요.

정부가 지난 11월30일 소득세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자 과세의 기본 원칙인 조세형평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입법예고 기간(15일)에 들어온 의견이 1만건을 넘었습니다. 핵심은 종교활동비를 비과세 소득에 추가한 것과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 두가지입니다. 비과세 소득은 식대(10만원)·연구보조비(20만원) 등으로 제한됐는데 정부는 종교단체가 자체 규약 등으로 종교활동을 위해 쓴 돈이라고 판단한 비용(종교활동비)도 무제한적으로 과세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종교단체가 과세(월급)·비과세(종교활동비) 소득의 범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니, ‘셀프 납세’인 셈입니다. 이낙연 총리까지 나서 ‘국민 눈높이’에 맞추라고 지적했지만, 기재부는 종교활동비에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고치는 데 그쳤습니다. 종교활동비가 노출되면 터무니없이 많은 액수를 지급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지만 이 또한 납세자의 선의에 기대하는 정책이라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종교단체의 세무조사 배제 원칙’은 아예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이미 3년 전 소득세법에 이 원칙을 못박은 터라 시행령으로는 옴짝달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첫 단추를 다시 끼울 방법은 국회로 돌아가 소득세법을 개정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실현 가능성이 낮은 험난한 길입니다.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정은주 경제에디터석 정책금융팀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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