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여러번 창업해서 모두 실패할 수도 있다. 또 창업했다 실패해 다시 기업에 갈 수도 있다. 그 모든 과정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배움의 과정이다. 그것을 모으고 나눠야 한다. 한국에도 제대로 된 ‘페일콘’(FailCon)이 필요하다.”
벤처 창업과 스타트업 투자를 모두 경험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네오위즈·첫눈·블루홀 등의 벤처기업 창업에 나선 바 있다.
장 위원장이 강조한 ‘페일콘’은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됐다. ‘실패’(fail)와 ‘콘퍼런스’(conference·회의)의 합성어에서 행사명을 따왔다. 창업가와 투자자 등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누구나 부러워할 ‘성공’이 아니라 저마다 겪은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만든 자리다. 이제는 프랑스 그르노블, 일본 도쿄,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 전세계 10여개 도시에서도 열린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민간 주도의 페일콘이 열린 적이 없다. 아직 국내에서는 ‘한번의 실패’에 지나치게 엄격한 탓이다. 실패의 가치는 ‘성공’으로 가는 ‘시도’로 그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청년 세대는 ‘패자부활’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4일 <한겨레>가 설문조사업체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전국 19~34살 남녀 300명에게 ‘실패·패자부활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는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응답자가 60%에 달했다. 또 응답자 47.6%는 ‘창업’에 부정적이었는데, 그 이유로 절반 이상(54.6%)이 ‘패자부활의 가능성과 창업 지원이 적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우리 사회도 실패의 가치를 이제야 알아보기 시작하고 있다. 실패를 감출 것이 아닌 자산으로 여기는 인식에 바탕한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패를 인정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더욱 전격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본다. 벤처 1세대인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선별적으로 재기 기업가를 지원하는 데서 나아가 모든 재도전을 지원하는 ‘원칙적 재도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실패는 혁신으로 가는 과정인데도 우리 사회는 오히려 응징하고 있다”며 “재도전 기업가 지원이 최우선 창업지원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필요한 것은 보통 사람들의 더 많은 시도와 실패, 그리고 재기의 이야기다. 실패를 만지고 느낄 수 있어야 공포는 사라지고 희망이 싹틀 수 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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