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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정위 인사는 ‘내로남불’인가

등록 2018-01-23 15:22수정 2018-01-23 20:33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부위원장(차관급)에 이어 사무처장과 상임위원(1급) 2명에 대한 인사를 마무리했다. 위원장을 제외한 부위원장과 1급 이상 고위직 5명 중에서 4명이 한꺼번에 바뀌었다. 청와대와 여당의 인적쇄신 요구가 강해 예상보다 인사폭이 커졌다는 후문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개혁성향이 강한 지철호 전 상임위원이 부위원장으로 발탁되어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지 부위원장은 평소 공정위가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인 법집행을 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가 기업협력국장 시절 대형 유통업체의 고질적인 갑질 근절을 위해 수십명의 국 인원 전체를 한꺼번에 조사에 투입해 결국 ‘백기’를 받아낸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독립성이 생명인 공정위에 큰 상처를 남겼다. 공정거래법은 위원장·부위원장·(비)상임위원 9명에 대해 임기 3년을 보장하고 있다. 금고 이상 실형 선고를 제외하고는 본인 의사에 반해 면직(해촉)할 수 없게 돼있다. 이처럼 엄격하게 신분보장을 한 것은 시장경제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독립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서 상임위원이 같은 1급인 사무처장으로 수평이동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부위원장과 상임위원 1명 등 최소 2명은 본인 의사에 반해 교체됐다. 모두 형식상 사표를 썼지만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일부에선 경질된 상임위원의 경우 2016년 8월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리를 제대로 못한 책임론이 거론된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원이 법이나 규정을 위반했다는 얘기가 없는 상황에서 단지 여론을 내세워 경질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과거 정권에서도 공정위의 신분보장이 무시된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문재인 정부를 정당화시켜 줄 수는 없다. 더구나 새 정부는 적폐청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약속한 공정경제 구현과 공정위 감시역량 강화 약속과도 배치된다. 공정위의 신분보장이 안되는 상황에서는 모두 요원한 일이다. 삼성물산 순환출자 해소 주식물량 결정과 씨제이 부당지원사건에 박근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을 때 공정위 수뇌부가 단호히 거부하지 못한 것은 인사권자에 대한 눈치보기와 무관치 않다.

고약한 것은 새 정부의 개혁을 주도하는 인사들이 과거 시민단체 시절 공정위의 신분보장을 누구보다 강조했다는 점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책임을 맡았던 경제개혁연구소가 2014년에 발표한 ‘역대 공정거래위원장 평가’ 보고서를 보면, “공정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정권과 국정목표에 종속됐다. … 대통령과 집권 정당의 정치적 성향이나 국정목표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정책 및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며 강조한다.

한 전직 공정위 부위원장은 “미국의 공정거래당국은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위원장·위원의 임기 7년을 철저히 보장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전직 간부도 “보수정권 시절 공정위 인사를 비판하던 개혁인사들이 새 정부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일종의 ‘내로남불’”이라며 “4년 뒤 보수정권이 들어서서 현 정부가 임명한 공정위 인사들을 입맛에 안맞는다며 임기와 상관없이 모두 바꿔버리면 뭐라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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