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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 세이프가드 발동…‘보호무역 전쟁’ 방아쇠 당긴 트럼프

등록 2018-01-23 18:43수정 2018-01-24 00:43

미, 16년만에 긴급수입제한 조처
세탁기 관세 0.4→20%로 높여
태양광 셀·모듈엔 30% 부과
한국 “부당한 조치, WTO 제소”
승소사건 관련 보복관세 요청도
그래픽_장은영
그래픽_장은영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한국산 대형 가정용 세탁기와 태양광 셀·모듈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처(세이프가드)를 전격 승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1차 협상에서 우리 쪽이 이들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폭탄’ 실행에 들어가 양국간 통상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남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세이프가드를 미국이 발동한 건 2002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가정용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셀·모듈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관세 부과 권고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이번 조처는 15일 이내에 발효되며 최장 8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모든 외국산 해당 수입제품에 수입관세를 물리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무역장벽이다.

세탁기 세이프가드 기간은 3년으로, 연간 기준 저율관세할당(TRQ) 쿼터양(120만대)에 대해 관세율 20%(1년차)→18%(2년차)→16%(3년차)를 적용하고, 쿼터 초과물량(120만대 이상)에는 50%→45%→40%가 부과된다. 세탁기 부품은 3년간 무관세 쿼터양을 5만대→7만대→9만대로 늘리되, 쿼터 초과물량에는 관세율 50%→45%→40%가 부과된다. 애초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에 따라 한국 역내에서 생산되는 세탁기는 ‘세이프가드 적용 예외’를 권고했으나 이번 승인 문서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어 한국 역내 생산물량도 포함된 것이 확실시된다. 삼성·엘지(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는 연간 약 10억달러(대수로는 약 300만대)에 이른다. 업계의 수출품 시장가격은 이번 관세 부과액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어 미국 시장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의 대폭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 수출되는 세탁기의 현행 관세율은 0.4%다.

태양광 셀·모듈의 세이프가드 기간은 4년으로, 무관세가 적용되는 셀의 쿼터양은 2.5GW다.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관세율 30%(1년차)→25%(2년차)→20%(3년차)→15%(4년차)가, 모듈에는 저율관세할당 없이 관세만 30%→25%→20%→15%가 부과된다. 한국산 태양광 셀·모듈의 미국 시장 수출액은 9억5천만달러(지난해 1~11월)다. 국내에서는 한화큐셀과 엘지전자가 태양광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 1차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개선과 함께 세탁기·태양광 등에 대한 수입규제 중단을 제1의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는데도 미국이 세이프가드 강경 조처를 발동함에 따라 앞으로 개정협상은 더 험난한 갈등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세탁기·태양광에 이어 한국산 철강 등 다른 품목에까지 미국의 수입규제 공세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이번 조처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노동자·농민·목장주·기업가들을 지킬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월풀과 제너럴일렉트릭(GE)은 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세탁기 업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의 상징적 효과를 노리고 초강수를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 ‘세이프가드 긴급 민관대책회의’에서 “이번 세이프가드는 세계무역기구 규범에 위반될 소지가 명백하다. 부당한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며 “우리 가전 기업이 미국에 현지 공장을 설립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데도 불이익을 가한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우리 통상당국은 2013년부터 한국산 세탁기에 부당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절차에 들어가며 맞대응에 나섰다. 통상교섭본부는 22일(현지시각)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기구(DSB) 정례회의에서 ‘2013년 한-미 세탁기 분쟁’과 관련해 미국에 대한 양허정지(보복관세 부과) 승인을 요청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분쟁에서 미국이 2016년 최종 패소했음에도 반덤핑 관세를 철회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계속 부과하자, 한국 시장에 수출하는 미국 상품에 연간 7억달러 상당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응수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양허정지 신청은 미국이 판정 결과를 조속히 이행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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