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2014년 11월 한국수력원자력 한울 1·2호기 변압기를 납품할 당시 품질인증을 받지 않은 채 납품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효성은 2013년 11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울 1·2호기에 변압기를 2차 납품할 당시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에 맞는 원자력 품질보증 자격 인증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납품을 강행했다. 효성·한수원 유착비리를 내부고발한 김민규 전 효성 차장이 제공한 효성 내부문서를 보면, 2013년 10월10일 창원1공장에서 ‘몰드변압기 원자력 관련 회의’가 긴급 소집됐다. 회의 안건은 ‘전력산업기술기준 이슈 사항 공유’와 ‘향후 대책안 협의’라고 명시해, 효성이 변압기 품질보증 자격 인증에 하자가 있음을 파악하고도 납품을 강행한 것을 알 수 있다.
효성의 이런 결정은 납품 차질에 따른 손실을 모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원전마다 15개월 정도 주기로 가동을 멈추고 보수·정비 작업을 하는 ‘계획예정정비 기간’을 둔다. 효성의 변압기 2차 납품 기간도 한울 1호기의 2013년도 ‘계획예정정비 기간’(10월1일~11월10일)과 일치한다. 한수원은 “효성이 창원 2공장에 대한 품질보증 자격 인증을 다시 갱신하려면 두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정비 기간에 맞출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효성으로서는 2차 납품이 무산되면 2014~2015년에 예정된 3·4차 납품까지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결국 효성은 변압기 32대(8억7천만원어치)의 납품 차질을 피하기 위해 국민 생명이 걸린 원전의 안전성을 무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효성은 당시 한수원 품질비리 사건과 관련해 전동기 시험성적서 위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인데도 또다시 품질보증 인증 없이 변압기를 납품해 죄질이 무겁다는 지적이 나온다. 효성은 내부문서에서 “최근 원자력 관련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특별한 논리/대응방안이 필요합니다”라고 밝혔다.
효성은 <한겨레>의 변압기 납품비리 확인 요청에 대해 억지 해명까지 했다. 효성은 “2013년 10월 품질보증 인증을 갱신할 때 창원 2공장은 빼고 1·4공장만 받았지만, 입찰을 4공장에서 만드는 저압차단기반으로 받았고, 몰드변압기는 저압차단기반 구성품이기 때문에 납품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창원 2공장에 대한 인증 없이 몰드변압기를 납품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한수원도 당시 변압기 부실납품 사실을 알면서 묵인하고, 이후 두차례 제보도 은폐 또는 소극적 대처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수원은 납품비리 의혹이 처음 제기되자 “효성이 2013년 3월 입찰에 참여할 때 창원 전체 공장에 대해 인증을 받은 상태였고, 2013년 10월 다시 자격 인증을 갱신해 납품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가, <한겨레>의 추궁에 잘못을 시인했다. 김민규 전 차장은 “한수원이 처음부터 변압기 납품비리를 알면서도 묵인했다”며 “2014년 10월에도 한수원 입찰담당인 최아무개 부장(당시 차장)에게 이 문제를 제보하자, ‘난리났다’고 걱정하면서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지난해 9월 김 전 차장으로부터 비리 제보를 받고 감사팀에서 관련 부서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였으나 바로 경찰 수사가 시작돼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문제가 된 변압기의 교체 여부에 대해 “인증에 문제가 있지만, 이후 똑같은 공장에서 납품을 받았고, 특별한 하자가 발생하지 않아서 교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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