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핀셋증세’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패싱’ 논란을 일으켰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번에는 ‘엇박자’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각종 현안에서 김 부총리가 청와대·여당 등과 조율되지 않은 의견을 표출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부총리의 해명이 거듭될수록 외려 그의 본심이 무엇인지 궁금증만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28일 밤 김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소위 엇박자 논란에 대하여’라는 제목을 단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최근 정부 내 엇박자에 대한 비판이 있다. 정부 내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측면에서 저 같은 공직자가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들이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서는 제대로 뜻이 전달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몇 가지 이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본인이 <한겨레>와 한 인터뷰 기사(1월23일치 1면 ‘고가 1주택자도 보유세 인상 검토’)와 관련해, “고가 1주택자 문제도 균형있게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기사의 전반적 내용은 대단히 훌륭했지만 제목은 제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여당 대표는 “집 한 채 가지신 분들은 걱정 마시라”며 보유세 개편이 다주택자를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김 부총리는 또 일자리 창출에 있어 공공의 역할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민간(역할)을 강조했다는 논란에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같은 이야기”라고 적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재건축 연한 연장을 두고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공통된 의견”이라며 ‘엇박자’가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김 부총리는 재건축 연한 연장이 강남보다 강북에 더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엇박자’ 논란은 김 부총리의 ‘즉흥 발언’이 오해를 키운 걸까, 아니면 본인의 생각을 알리려는 ‘계산된 발언’ 때문일까. 최근 각종 회의나 행사에서 김 부총리의 ‘모두발언’은 과거 부총리들과 달리 출입기자에게 먼저 배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리 짜인 연설문에 갇히기보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발언이 첨삭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기재부 간부들은 전한다. 경제부처 안팎에선 김 부총리가 보유세 개편 등 핵심 경제현안을 청와대가 한 방향으로 주도하고 있는 모습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존재감을 찾으려 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청와대 일각에선 “부총리의 돌출발언에 애를 먹는다”고 보는 반면, 기재부 쪽에선 “청와대가 모든 이슈를 장악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페이스북을 통한 김 부총리의 해명은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정치권에선 “엇박자가 있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처럼 들린다”(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부총리를 패싱하지 말고 제대로 된 논의를 함께하라”(이동섭 국민의당 의원)는 말까지 나온다. 경제수장으로서 ‘균형과 신중한 시각’을 강조하고자 한 부총리의 한밤 해명이 본래 취지 대신 현 정부 내에서 그의 입지를 의심케 하는 두번째 ‘패싱 논란’으로만 번지게 된 셈이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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