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다스의 비비케이(BBK) 투자금 반환 소송비용 대납 혐의로 8~9일 이학수 전 삼성 전략기획실장(부회장) 자택과 삼성전자 사옥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삼성이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도 ‘유착’ 관계였는지 관심이 모인다.
삼성은 다스 소송비용을 대신 낸 2009년 전후 이명박 정부로부터 여러 혜택을 받았다. 삼성이 받은 가장 큰 혜택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별사면이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법무팀장이던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로 2008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2009년 8월 탈세·배임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실형이 확정됐으나, 그해 12월29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평창겨울올림픽 유치 명목으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확정판결 넉 달 만에 이뤄진 이 회장만을 위한 특별사면이었다.
당시 올림픽 유치라는 불확실한 목표를 위해 재벌 회장에게 엄청난 특혜를 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삼성과 정부 간에 모종의 ‘뒷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현재 삼성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 시점이 이 회장 특별사면 직전이었다는 점에서 대가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2009년 7월 국회에서 통과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도 삼성을 위한 것이라는 시비가 일었다. 개정안은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삼성생명 같은 금융회사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 삼성전자 등 비금융회사를 손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삼성 총수 일가의 재력을 강화하고 3대 경영승계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은 2014년 김기식 전 의원이 폐지 법안을 내 없어졌다. 또 금융당국이 금융실명제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아 이 회장의 4조원대 차명재산에 세금 등을 물리지 않은 것도 이 시기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쪽의 30억원대 소송비 대납 혐의가 사실이라면, 이는 삼성 쪽이 금전을 직접 제공하는 방식 대신에 이 전 대통령 쪽이 필요한 것을 파악해 제공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학수 전 부회장, 천신일 세중 회장 등의 관계가 관심을 끈다. 최근 압수수색을 당한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대 동문이지만,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고려대 경영대에 각각 1961년, 1966년 입학해 대학생활을 함께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과 동문인 한 인사는 “나이 차가 있고, 전통적으로 현대그룹 출신과 삼성그룹 출신 경영인들이 가깝게 지내지 않아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두 사람을 모두 잘 아는 인사가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이 천신일 세중 회장이다. 천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릴 정도로 가까웠다. 또 천 회장의 세중나모여행사가 오랫동안 삼성 임직원의 해외출장 일을 도맡는 등 삼성과 오랫동안 거래를 해 이 전 부회장과도 잘 아는 사이다. 천 회장은 2007∼2010년 고려대 교우회장을 맡기도 했다. 고려대 출신의 한 인사는 “이 전 대통령의 지인이 삼성에 (대통령의) 상황을 전하자 삼성이 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곽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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