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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3년전 MB에게 면죄부 줬던…검찰·특검은 말이 없다

등록 2020-11-02 21:01수정 2020-11-03 08:39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검찰, BBK·다스·도곡동땅 수사
처음엔 ‘도곡동땅 실소유’ 암시
MB가 박근혜 꺾고 후보 된 뒤
“다스는 MB 것이란 증거 없다”

대통령 당선 뒤 수사 나선 특검
“도곡동땅은 이상은 소유” 결론
다스 비자금 100억 조성도 덮어
2018년 돼서야 사건 은폐 수사
공소시효 지나 아무도 책임 안 져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출석 후 동부구치소로 재수감 된다. 공동취재사진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출석 후 동부구치소로 재수감 된다. 공동취재사진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수감은 너무 늦은 일이다. 13년 전인 2007년 대선후보 검증 국면에서 차명재산이 들통났을 때 처벌받았다면 일찌감치 죗값을 털어버렸을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된 뒤 뇌물죄까지 저지르는 바람에 형량이 징역 17년으로 늘었다. ‘지체된 정의’는 그의 탓만은 아니다. 고비 때마다 면죄부를 줬던 검찰과 특검의 역할이 컸다.

2007년 경선·대선 거치며 표변한 검찰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가 다투던 때에 이 전 대통령의 비비케이(BBK), 다스, 서울 도곡동 땅 실소유 의혹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도곡동 땅은 이 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은닉재산이다. 지금은 포스코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4240㎡(1282평) 넓이의 이 땅은 1985년 큰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 명의로 매입됐다. 10년 뒤인 1995년 이 땅은 포스코개발에 매입가의 17배인 263억원에 팔렸다.

2개월 뒤 매각대금의 일부가 이상은·김재정씨가 공동대표로 있던 다스로 유입된다. 유상증자 명목으로 7억9200만원이 들어갔고 5년 뒤인 2000년에도 10억원이 다스 대표이사 명의의 가지급금 반제 형식으로 섞인다. 1987년 현대자동차 시트 납품업체로 설립된 다스(당시 대부기공)도 엠비가 현대건설 퇴임용으로 마련한 회사라는 얘기가 돌았다. 도곡동 땅 매각대금 일부가 다스의 자본금으로 들어가고 다스는 2000년 비비케이에 190억원을 투자한다. 도곡동→다스→비비케이로 연결되는 자금 흐름이 형성된 것이다. 사돈 관계인 이상은, 김재정 두 사람은 차명재산 관리인에 불과했다.

검찰은 2007년 8월13일 느닷없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상은씨 명의의 도곡동 땅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다소 충격적인 발표였다. △이상은씨가 1995년 도곡동 땅을 판 뒤 자신의 지분 대가로 받은 돈 가운데 100억원을 금리가 낮은 채권간접투자상품에 10년 이상 묻어두면서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2002년 7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매달 1천만~3천만원씩 15억여원을 97차례에 걸쳐 전액 현금으로 인출한 돈을 이상은씨는 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주장하지만, 이 중 일부는 이씨가 국외에 있을 때 인출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씨 본인의 돈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매월 수천만원이 꼬리표가 남지 않는 현금으로 인출돼 실제 주인에게 건너갔을 것이고 실제 주인이 이 전 후보라는 점을 강하게 암시한 것이었다. 경선 일주일을 앞두고 검찰한테서 일격을 당한 이명박 캠프는 “경선에 개입하려는 정치공작의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일주일 뒤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2007년 8월 중간수사결과 발표로 경선 전 이 전 대통령에게 치명상을 가한 검찰은 17대 대선 2주일 전인 2007년 12월5일 최종수사결과를 내놨다. 김홍일 3차장검사-최재경 특수1부장-김기동 특수1부부장으로 구성된 수사팀 진용은 변동이 없었지만 수사결과는 전혀 달랐다. 검찰은 도곡동 땅과 한몸으로 얽혀 있는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따로 있다는 8월 수사결과와 모순된 것이라는 지적에 김홍일 3차장은 “‘다스가 이 후보의 소유가 아닌 것 같다’가 아니라 ‘다스가 이 후보의 소유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라고 둘러댔다. 주임검사인 최재경 특수1부장도 “우리도 의심스럽지 않다는 게 아니고 증거가 안 나온다. 그래서 그 소유주가 이명박씨라고 볼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무혐의 처분했다”고 거들었다. 그해 12월19일 역대 가장 큰 표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이 탄생했다.

특검의 ‘완벽한 면죄부’…다스 비자금까지 덮어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 이틀 전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이명박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대통령 당선자를 상대로 한 사상 초유의 특검이었다. 특검으로 임명된 고법원장 출신 정호영 변호사는 “도곡동 땅이 누구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 수사 목표”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전 특검팀은 도곡동 땅도 “이상은씨 것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이씨의 것이 아니라고 했던 검찰 수사결과를 완전히 뒤집었다. 취임을 앞두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을 화끈하게 봐준 것이었다.

당시 특검팀은 다스에서 100억원대 비자금이 조성된 사실을 밝혀냈지만 이를 발표하지도, 검찰에 이첩하지도 않았다. 비자금을 추적하면 다스의 실제 주인이 드러날까봐 사건을 은폐한 것이었다. 2018년 들어서야 사건을 은폐한 정호영 특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결국 처벌받게 됐지만 당시 검찰이나 특검 관계자 가운데 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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