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타결돼 협정 발효 6년 만에 협정문 일부가 개정되는 큰 변화를 맞게 됐다.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은 ‘25%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에 최근 3년간 연평균 대미 수출량의 70%로 ‘쿼터’(수입할당량)를 제한받는 선에서 양국이 타협을 이뤘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 결과’ 브리핑을 열어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내고 한국산 완성차에 대한 미국산 부품 의무사용 비율은 수용할 수 없다는 우리 주장을 미국 쪽에 먼저 관철시켰다”며 “기존 협정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협상 범위를 최소화해 협상을 신속히 타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주요 타결 내용을 보면, 철강의 경우 양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 면제’에 합의했다. 대신에 대미 수출 한국산 철강에 대해 2015~2017년간 평균 수출량(383만t)의 70%(268만t)에 해당하는 쿼터를 설정했다. 관세는 면제받았으나 미국 시장 연간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타협에 이른 셈이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의 요구가 상당 부분 수용됐다. 미국 자체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한국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미국산 자동차를 업체당 현행 2만5천대에서 5만대로 늘려주고, 한국산 화물자동차(픽업트럭)의 관세(25%) 철폐 시기는 현행 협정문의 ‘발효 이후 10년차’에서 20년 뒤(2041년)로 연장했다. 환경 기준에서는 미국산 수입차의 연비·온실가스 관련 현행 기준을 2020년까지 유지하되 2021~2025년에는 미국 기준 등을 고려해 개편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앞으로 한국의 글로벌 신약 약값 제도를 개선·보완하는 추가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 쪽이 얻어낸 분야를 보면,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개선과 미국의 각종 무역구제(수입규제) 조사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 확보를 협정문에 반영하기로 했다. 양국에 투자한 자본이 분쟁 소송을 남용하는 것을 막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농업을 철저히 보호하면서도 양쪽 관심사를 적절히 반영해 한·미 양국의 이익 균형을 확보한 좋은 협상 결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간 잠재적 갈등 요소를 신속히 제거함으로써 물샐틈없는 한-미 간 공조를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빠른 시일 안에 협상 결과에 대한 분야별 세부 문안 작업을 완료하고, 이어 양국 정식 서명 등을 거쳐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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