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조파괴 공장 문건 수사
삼성 전·현 임원 소환 임박한듯
이건희·이재용 총수일가 정조준
시민단체·정치권도 엄벌에 무게
“광범위하게 불법행위 저질러”
문 대통령 후보 때 재조사 약속
삼성 전·현 임원 소환 임박한듯
이건희·이재용 총수일가 정조준
시민단체·정치권도 엄벌에 무게
“광범위하게 불법행위 저질러”
문 대통령 후보 때 재조사 약속
검찰이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 의혹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문재인 대통령도 삼성의 노조와해 전략이 담긴 이른바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확고해, 삼성이 창사 이래 80년간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이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시민단체도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정조준하고 나섰다.
검찰은 지난 2월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인사팀 직원이 갖고 있던 외장하드 4개에서 ‘노조와해 공작’이 담긴 문건 6천여개를 발견한 뒤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그동안 삼성 수사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것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검찰은 지난 6일 경기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와 전·현직 임원 3~4명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고, 곧 노조 관계자들도 부를 예정이다. 또 조직적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 회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한 소환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검찰 수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매번 되풀이됐던 삼성과 검찰, 노동부의 이른바 ‘3각 공조’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 공개 이후 여러건의 고소·고발·진정 사건이 검찰과 노동청에 접수된 바 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 태도를 고려할 때 어떤 식으로든 분명한 성과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부당노동행위 등 위법한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되면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고한 것도 검찰 수사에 힘이 실리게 하는 요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선 직전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반올림, 금속노조 삼성지회 등이 보낸 ‘삼성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배척하는 위헌적인 것으로 폐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시민단체들이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근거로 이건희 회장 등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고발한 것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서도 “문건의 존재 여부가 대법원에서 판단됐으므로 위법·탈법 행위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법원이 이미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의 작성자가 삼성이라고 판결한 것도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계속 고수하기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법원은 2016년 12월 조장희 삼성에버랜드노조 부위원장이 중앙노동위원회와 삼성을 상대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기각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한 사건에서 “문건은 삼성그룹 내부 고위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중략) 삼성에 의해 작성된 사실이 추인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이번에는 삼성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며 적극 나서고 있다. 참여연대·금속노조·삼성노동인권지킴이 등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9일 ‘삼성 노조파괴 음모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삼성이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불법행위를 저지른 데 대해 이재용 부회장 부자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은 “5년 전 삼성의 무노조 황제경영을 청산할 기회가 있었으나 아깝게 놓쳤다”며 “삼성의 80년 노조 탄압 역사를 증명하는 문건이 6천여개나 발견된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삼성의 초헌법적 무노조 황제경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해 발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응만 내놓은 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노조 경영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온 얘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삼성서비스센터 노동자들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함부로 약속드리면 안 되기 때문에 (확답할 수 없지만) 제가 한번 챙겨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변화는 없었다.
이번 사건이 이 부회장의 뇌물 사건 상고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검찰 수사가 노사전략의 수립·시행에 관여해온 그룹 최고위층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삼성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검찰이 삼성전자 인사팀에서 확보한 자료에는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관리해온 내용들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이 지난해 2월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 사실상 그룹 사령탑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정현호 사업지원티에프장(사장)은 미전실 인사팀장 출신이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임대표인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도 이제는 단순한 제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선진 기업과 달리 무노조 경영을 내걸고 노조와 노동자를 탄압하는 이미지를 계속 고수하면 경영에도 치명적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제조업을 위주로 하는 삼성은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염두에 두고 노동자와 협력하는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서영지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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