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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점점 드러나는 삼성 노조파괴…“억울한 두 죽음 진상 밝혀야”

등록 2018-04-09 22:53수정 2018-04-09 23:28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최종범·염호석 죽음으로 내 몬
삼성의 6천건 문건 공개 주장
“경찰의 ‘염호석 주검 탈취’ 경위
조합원 사생활 정보 수집 압력
불법행위 주도자 등 확인해야”
“올 초에도 노조 가입자 회유해
삼성 노조탄압은 현재 진행형
수사과정 조합원 목소리 들어야”
곽형수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표수석부지회장(왼쪽)과 조병훈 대표사무장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무실에서 각각 고 염호석, 고 최종범 조합원의 영정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곽형수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표수석부지회장(왼쪽)과 조병훈 대표사무장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무실에서 각각 고 염호석, 고 최종범 조합원의 영정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최종범, 염호석.

9일 오후, 서울 충정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무실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지회 조합원이던 이 두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700명 남짓한 지회 조합원한테 두 사람은 ‘존재의 이유’다. 두 사람의 죽음은 ‘삼성에서 노동조합 하기’란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지회 조합원들은 이 두 사람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삼성그룹 노조탄압 대응 문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철저히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날 <한겨레>와 만난 곽형수 대표수석부지회장과 조병훈 대표사무장은 “삼성이 우리를 어떻게 탄압했는지, 이들을 어떻게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검찰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6천건에 달한다는 문건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최종범씨는 2013년 10월31일 “저 최종범이, 삼성전자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긴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출범(7월) 석 달 뒤였다. 노조 출범 이후 협력업체 센터장은 조합원한테 일감을 주지 않았다. 생활고가 극심해졌다. 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돌이 지나지 않은 딸과 아내가 남겨졌다.

염호석씨는 2014년 5월 강릉 정동진 해수욕장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우리 지회가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꼭 승리하리라 (믿는다)”며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해 이곳에 뿌려주세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당시 염씨의 장례는 유족의 동의를 구해 노동조합장으로 치르려 했으나, 염씨의 부친이 갑자기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튿날 경찰은 염씨의 주검이 안치돼 있던 서울의료원을 둘러싼 뒤 주검을 빼갔다. ‘염씨의 유언을 지키겠다’며 이를 막았던 지회 간부 두 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곽형수 부지회장은 “호석이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경찰의 ‘주검 탈취’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꼭 알고 싶다”며 “검찰이 압수했다는 문건에도 반드시 그 내용이 포함돼 있을 텐데 검찰이 이에 대한 조사도 진행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지회는 또 삼성이 그동안 노조 조합원의 가족관계 등 사생활 정보를 수집해왔다는 점에서, ‘사찰 피해자’인 조합원들에게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병훈 사무장은 이미 공개된 바 있는 ‘그린화 문건’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기도 하다. ‘그린화’는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을 탈퇴시키는 작업을 뜻한다. 2014년 2월 울산스마트센터에서 작성된 이 문건은 조 사무장을 ‘핵심·강성인력’으로 분류했고, “업무시간 내 지인 또는 부모 면담을 진행” “가정사 및 변동 가능 인력 설득” 등을 ‘그린화’ 수단으로 적고 있다. 조 사무장은 “회사에서 어머니한테까지 전화해 ‘노조 가입을 하는 순간 다칠 수도 있다. 부모가 방관할 수 있냐’고 말하고, 이혼한 가족관계를 들먹이면서 심적으로 많이 괴롭혔다”며 “이런 인권침해를 누가 무슨 목적으로 주도했는지, 그 피해 범위가 얼마 정도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지켜보는 지회 조합원의 심경은 복잡하다. 곽 부지회장은 “5년 동안 고용노동부·검찰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고발을 하고 언론에 많이 외치고 떠들었지만 삼성의 벽에 부딪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 수사로 문건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접한 이후 그 순간들이 생각나 억울한 심정이 복받쳐올라 울기도 많이 울었다. ‘삼성 떡검’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 사무장도 “지난 2월에도 한 센터에서 조합원들이 노조에 새로 가입하자 원청 관리자가 조합원을 개별 면담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모두 들어줄 테니 노조 가입하지 말라’고 말했다. 노조탄압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검찰은 노조탄압의 산증인인 조합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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