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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주 52시간 근무’ 코앞…‘한겨레’는 잘할까요

등록 2018-06-01 19:05수정 2018-06-01 22:07

서울 광화문 근처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걸어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광화문 근처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걸어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안녕하세요. 저는 경제부에서 전자, 정보통신 분야를 맡고 있는 최현준입니다. 오늘은 삼성전자에서 관련 발표를 한 것을 계기로, 주 52시간 근무에 대해 이야기를 드려볼까 합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음달 1일부터 노동자 300인 이상 기업은 모두 하루 8시간씩, 주 5일 동안 40시간만 일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 근무는 최대 12시간만 허용됩니다. 위반하면 회사 대표가 형사 처벌을 받습니다. 주 68시간을 근무하고 더 일해도, 별문제가 되지 않던 지금과는 확실히 다른 상황이 펼쳐질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라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사무직 직원들에게 적용되는데 ‘스스로’ 출퇴근 시간을 정해 일하되, 하루 4시간 이상 한달 기준 주당 평균 40시간을 넘지 않게 일하면 됩니다. 생산직은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연구·개발직은 ‘재량근무제’가 도입됩니다. 회사 쪽은 “일이 몰릴 때 더 일하고, 일 없을 때 많이 쉬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잘못 운용할 경우 ‘주 68시간’이 허용된 현재와 별다르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석달 단위로 노동시간을 조절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노동자와 회사가 목표를 정하되 실제 노동시간에는 제한이 없는 재량근무제는 자칫 더 악화된 노동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노조가 없어 노동자 힘이 약한 삼성전자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회사 쪽에서 노동시간을 ‘칼같이’ 계산하려는 분위기도 보입니다. 예컨대 담배를 피우거나 잠깐 병원에 다녀오는 등 옛날에는 그냥 근무시간에 포함됐던 것들이 이제는 제외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흡연시간을 노동시간에서 빼는 것은 와전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삼성전자 직원들은 스스로 이 시간을 노동 시간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문제가 안 되더라도, 나중에 회사 쪽에 ‘꼬투리’를 잡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케이티(KT)는 홍보팀 직원이 기자와 저녁 먹는 것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되, 일주일에 2차례만 가능하고 3시간만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이어지는 술자리는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앞으로 기자들이 “한잔만” 하면서 홍보 직원을 붙드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쟁점은 ‘돈’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연장노동을 10시간을 하든 30시간을 하든 월 20시간의 연장근로수당을 주고, 여기에 실제 근무시간당 일정액의 교통비를 주고 있습니다. 7월부터는 20시간의 연장근로수당은 유지되지만, 교통비는 없어집니다. 다만 20시간 이상 연장노동할 경우 10분 단위로 연장근로수당이 주어집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결국 임금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해, 청와대에 ‘꼼수 포괄임금제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을 올리고 서로 서명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1일 오후 현재 1600명가량이 서명했습니다.

사실 저희 회사도 비상입니다. 2005년부터 <한겨레>에서 기자로 일해온 저는 아침 8시30분쯤 업무를 시작해 저녁 7시쯤 짐 싸서 집에 갑니다. 점심 1시간을 빼면 하루 9시간30분 일합니다. 이렇게 닷새 일하면 47시간30분, 여기에 격주 한차례 돌아오는 일요 근무와 주당 두차례 정도 취재원과 저녁 식사를 더하면, 저는 일주일에 55시간가량 일하는 셈입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나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저희가 노동시간을 주제로 기사를 쓰면 “한겨레는 잘하고 있느냐”, “니네나 잘해라”는 댓글이 달리는데, 네 맞습니다, 저희도 잘 못하고 있습니다. 주 6일 신문을 만들어야 하는데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한국 같은 ‘역동적인’(?) 사회에서는 기자가 노동시간을 줄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을 더 뽑으면 되겠지만, 최근 신문사 경영 상황으로는 여의치가 않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묘수 찾기’에 나선 저희 회사 담당 직원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주 52시간 근무 제도는 일단 300명 이상 기업에 도입되고, 그 미만 기업은 18개월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도입됩니다. 향후 도입되는 중소기업은 사정이 더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 대기업부터 원칙을 지켜 제대로 제도를 정착시키지 않으면 1년 반 뒤에는 ‘꼼수’가 판치는 상황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나저나 제 삶에도 ‘저녁’이 찾아올까요? “저희는 잘하고 있습니다”라는 대댓글을 달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최현준 경제부 산업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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