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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문재인 정부는 왜 증세에 소극적일까요

등록 2018-06-22 19:35수정 2018-06-22 21:32

지난 4월9일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에서 열린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을 제막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지난 4월9일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에서 열린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을 제막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22일 내년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이 공개됐습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특위)는 이날 토론회를 열어 4가지 개편안을 내놨습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과표인 공정시장가액이나 세율을 ‘찔끔’ 인상해 세수를 최소 1949억~최대 1조2952억원 더 걷겠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최근 <한겨레>가 한국재정학회를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재정전문가 24명 중 21명(85.5%)은 보유세 개편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과제로 공시가격 현실화를 꼽았습니다. 또 11명(44%)은 ‘1주택자와 다주택자 모두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고 답해, ‘다주택자만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10명)과 팽팽히 맞섰습니다. 하지만 재정특위의 뚜껑을 열어보니 종부세를 정하는 공시가격 현실화는 개편안에서 아예 빠졌고,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똘똘한 1채’ 세율도 손대지 않기로 결론났습니다. 결국 보유세가 개편되더라도 우리나라 자산총액 대비 보유세 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3%·2016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0.15%)에 머물 듯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의 조세와 재정 정책을 맡는 기획재정부를 취재하는 경제에디터석 정책금융팀 정은주 기자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과 복지 확대를 주장하면서도, 세수 확충을 위한 증세에는 소극적인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보수 성향 정부는 ‘감세’ 정책, 진보 성향 정부는 ‘증세’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금 의아한 일입니다. 저는 그 원인이 ‘종부세 트라우마’와 예상보다 더 걷히고 있는 세금(초과세수)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진보 성향 정부로 불리는 노무현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조세부담률을 17.8%에서 19.6%로 1.8%포인트 끌어올렸습니다. 대표적인 조세정책이 이번에 개편이 논의 되고 있는 종부세였습니다. 강남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노무현 정부는 2005년에 종부세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세금 폭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집값까지 잡히지 않자 대통령 지지율은 12%까지 곤두박질칩니다. 이 ‘종부세 트라우마’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문재인 후보 캠프는 ‘포괄적 증세 로드맵’을 검토했습니다.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주식거래 차익·임대소득 등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지나치게 높은 소득세 면세자의 비중을 낮추는 게 논의됐습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초고소득자(3억원 초과)와 초대기업(3천억원 초과)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인상을 제외하고는 증세 논의는 흐지부지됐습니다.

조세·재정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할 특별기구인 재정특위가 정부 출범 1년 가까이 지난 올해 4월에야 ‘지각 출범’했고, 그나마 올해는 보유세 개편에만 집중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결과물도 기대했던 수준에 한참 못미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재정특위는 조세개혁 로드맵을 올해 말에 내놓을 예정인데, 2020년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이 다가오는 탓에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는 증세에는 소극적이지만, ‘재정 지출을 늘린다’는 입장은 줄곧 견지하고 있습니다. 방법은 초과 세수와 지출 구조조정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인수위원 격이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해 국정과제 추진에 소요될 178억원의 주요 재원을 초과 세수 60억5천억원과 지출 구조조정 60조2천억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초과세수는 19조6천억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초과 세수에 기댄 재정 지출 확대는 지속가능성이 낮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가 재정을 어떻게 쓸 것인지, 이를 위해 세금을 어떻게 걷을 것인지 정부가 장기적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은 전문가 30명이 모인 재정특위의 몫이 아닙니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국민을 설득하고 ‘종부세 트라우마’를 함께 극복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미래 세대를 위해 복지와 증세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정은주 경제에디터석 정책금융팀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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