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구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 셋)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정개혁특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내년부터 시가 15억~30억원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6만~102만원 오를 전망이다. 또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현행 2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내려, 31만명가량이 추가로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고액 자산가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권고안을 내놓았는데,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달성하기엔 미흡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재정개혁특위가 발표한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은 종부세와 금융·임대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부자증세’에 초점을 뒀다. 강병구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갈수록 소득 불평등뿐 아니라 자산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국민 경제를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에 견줘 제대로 과세가 이뤄지지 못한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권고안을 보면, 종부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 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리고 세율도 주택 기준 0.5~2.5%로 높일 것을 권고했다. 시가 15억원과 30억원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세부담은 각각 내년에 5만9천원과 102만원 오를 전망이다. 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을 늘리기 위한 권고안도 나왔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은 현재 2천만원인데 이를 1천만원으로 낮추라는 것이다. 현재는 2천만원 이하 금융소득자에겐 14%의 단일세율을 적용하지만 2천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해왔다. 이와 함께 주택 임대소득세는 소형주택 과세특례와 기본공제를 축소하기로 했다.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미흡하고, 전반적인 조세개혁 과제를 제시하는 큰 그림이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2015년 기준)은 0.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0.33%를 한참 밑도는 수준인데, 이번 종부세 개편에 따른 세수효과는 기업이 내는 토지분까지 다 합쳐도 1조1천억원 수준이며, 주택으로만 좁혀서 보면 900억원 정도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재산세 강화나 소득세 면세자 비중 축소 등은 보편증세 성격에 가까운데, 그런 걸 하려면 우선적으로 부자증세가 잘돼야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다. 종부세 개편이 이렇게 약하게 나오면 앞으로 전반적인 세수기반 확대를 위한 보편증세 논의를 진척시키는 데도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재정개혁특위가 상대적으로 조세 저항이 덜할 것으로 보이는 과세 대상을 제한적으로 고른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주택 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 종부세 대상자는 다 합쳐도 전체 납세자의 1%에 그친다”며 “정부가 증세를 검토한다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세금 구조를 짜야 하며, 그에 앞서 지출에 대한 구상도 함께 나와야 하는데 큰 그림이 빠진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재정개혁특위가 제출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세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종부세 개편안의 경우, 오는 6일 경제부처 장관들의 경제현안 간담회에서 정부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최종안은 이달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재정개혁특위는 올 하반기에는 자본이득 과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개편안 마련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은주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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