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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대차 협력사 ‘병의 눈물’…국민참여재판 오늘 선고

등록 2018-07-04 12:57수정 2018-07-04 22:20

현대차 2차협력사인 태광
부도위기에 몰려
1차협력사를 공갈해
50억에 매각했다고 기소
재벌→1차→2차협력사
불공정 먹이사슬
속살 드러난 데다
검찰·김앤장, 대기업편 서고
중소기업이 저항 형국
초미의 관심 모아
법원, 이례적 국민참여재판 1년
손영태 전 태광 회장(왼쪽)이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 서연이화의 2차 협력사 태광에 대한 내용으로 2017년 8월 3일 서울 남대문 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손영태 전 태광 회장(왼쪽)이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 서연이화의 2차 협력사 태광에 대한 내용으로 2017년 8월 3일 서울 남대문 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오랜 갑질에 시달리다 한계상황을 맞은 중소 납품업체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입니다.”

지난 2일부터 대구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있는 현대차 2차 협력사인 태광공업(이하 태광)의 손정우 전 사장은 재판 직전인 지난달 29일 <한겨레>와 만났다. 손 전 사장은 부친인 손영태 전 회장과 함께 지난해 4월 현대차 1차 협력사인 서연이화(이하 서연)를 협박해 회사를 비싼 값에 판 혐의(공갈)로 검찰에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의 선고는 5일 예정이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형사사건의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를 평결한다. 배심원 평결은 ‘권고적 효력’만 있고 구속력은 없지만, 판사가 배심원 평결과 다른 선고를 할 경우에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공갈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사건이 단순 공갈사건이 아니라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하도급 갑질이라는 구조적 요인과 깊이 관련돼 있어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주에 공장이 있는 태광은 24년간 서연에 자동차부품을 공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경영난으로 부도위기에 처하자 50억원을 받고 서연에 회사를 매각했다. 회사 빚 400억원에 대한 손 사장 부자의 연대보증도 서연이 인수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서연은 며칠 뒤 협박 때문에 원치 않는 계약을 맺었다며 손 전 사장을 공갈죄로 고소했다.

-폭행·협박을 동원해서 상대방에 계약을 강요했을 때 공갈죄가 적용되는데?

“쌍방 모두 변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9시간의 협상을 거쳐 매매계약에 합의했다. 또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서연은 이미 회사 경영권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 담당 이아무개 이사도 조속히 합의하라고 계약을 종용했다. 이게 어떻게 공갈인가? 서연은 2016년 매출액이 2조4천억원에 달하는 ‘갑’이고, 태광은 60분의 1밖에 안되는 ‘을’이다.”

-태광이 납품중단을 하겠다고 협박했다는데?

“경영난이 심해진 뒤 서연 등 1차 협력사들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결국 부도가 임박하면서 부품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품공급이 일부 줄었지만, 1차 협력사의 재고가 충분했기 때문에 현대차의 가동이 중단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공갈죄는 상대방에게 재산상 피해를 줘야 성립한다. 회사 매각대금 50억원이 비싼 것은 아닌가?

“자동차업계에서는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를 인수할 때 매출액의 10~20% 가격에, 연대보증을 함께 인수하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게 관행이다. 현대차 담당 이사도 이런 사실을 검찰에 진술했다. 50억원은 태광의 매출액 400억~500억원의 10~12.5% 수준이다. 지난해 2월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덕일산업은 태광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2차 협력사 디아이오토모티브를 71억5천만원에 사들이고, 부채 425억원에 대한 연대보증도 함께 인수했다. 디아이오토모티브의 인수가격은 3년간 평균 매출 506억원의 14%로, 태광보다 높다.”

-서연이 공갈이라고 주장하는데, 계약을 무효로 할 생각은 없나?

“검찰 조사에서 계약을 무효로 하자고 이미 말했다. 50억원을 반환할테니 회사를 돌려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서연은 아무 대답도 안했다. 검사도 계약 무효 여부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외면했다.”

-서연이 태광을 인수한 직후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400억원의 부채 중에서 160억원을 탕감받았다. 결국 매출 400억원이 넘는 회사를 50억원에 인수하고, 빚까지 탕감받았는데 공갈로 피해를 입었다는 게 말이 되나? 서연은 매매계약 협상 중에 태광과 유사한 사건을 다뤘던 김앤장의 변호사와 수시로 전화연락을 했다. 서연이 계약 직후 공갈죄로 고소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해서 회사를 싸게 인수하기로 김앤장과 미리부터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사건의 구조적 원인으로 하도급 갑질을 지적하는데.

“대기업(현대차)-1차 협력사(서연)-2차 협력사(태광)의 먹이사슬로 이어지는 불공정 하도급거래는 ‘현대판 노예제’와 같다. 태광은 서연에게 차량부품 아이템을 받아야 사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매년 서연이 제시하는 불합리한 납품단가와 강제적인 단가 인하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도 불시로 공장을 직접 점검하고 투자확대를 요구했다. 이런 일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적자를 면할 수 없었다. 전 재산을 회사에 털어넣고, 지인에게까지 돈을 빌리고, 회사 빚에 연대보증까지 서서 빚쟁이 신세로 전락했다. 최후 수단으로 회사를 팔려고 하니까 공갈죄로 모는 것이다.”

-현대차 2차 협력사 중에서 태광처럼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고 하는데.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천안 소재 현대차 2차 협력사인 가진테크의 남아무개 사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차 협력사인 엠에스오토텍이 부품금형을 몰래 제작한 뒤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업체에 생산을 맡긴 것을 비관한 것이다.”

-서연이 왜 굳이 공갈죄로 몰고가는 것일까?

“자동차업계 전체로 경영위기가 심화되면서 그동안 갑질에 시달려온 중소기업들이 한계상황에 맞고 있다. 태광을 본보기로 보여줌으로써 2차 협력사의 반발이 확산되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검찰은 이런 사정을 모르는 걸까?

“검찰 조사과정에서 모두 설명했지만 소용없었다. 검찰이 국민의 편에서 정의를 구현하기는커녕 대기업 갑질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서연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김앤장도 마찬가지다. 검찰과 김앤장이 법을 앞세워 중소기업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일종의 ‘사법 살인’이다. 국민참여재판에서 태광이 지면 2차 중소 협력사들은 그냥 죽을 수 밖에 없다. 서연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태광을 부도내고 금형만 내어주면 평생 먹고 살만큼의 돈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하지만 24년간 함께 일해온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래업체들의 연쇄부도가 날 게 뻔하기 때문에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배심원들이 우리사회에 아직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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