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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럴거면 기재부 산하 기구로 두지”…조세개혁 의지없는 청와대

등록 2018-07-05 05:01수정 2018-07-05 13:24

특위-정부 ‘금융소득 과세 강화’ 엇박자

기재부 “내년 추진은 어렵다”
“임대소득 종합과세기준 2천만원
금융소득만 1천만원땐 부동산 쏠림”

조세개혁 방향 애초부터 불분명
‘큰그림’ 공감대 없이 논의 시작 한계
“특위 비공개적 운영도 문제” 지적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정개혁특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정개혁특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어떻게 하루 만에 (정부가) 뒤집을 수 있나. 우리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산하이지, 기획재정부 산하 기구인가?”

“이미 권고안에 (현실론을 주장하는) 정부 입장이 많이 반영돼 보유세 개편안도 약하게 들어갔다. 이런 식이라면 조세개혁의 동력이 떨어질까 우려스럽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금융소득 과세 강화 권고에 정부가 반기를 들면서 향후 특위 활동이 상당 부분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세개혁 과제가 힘있게 추진되기 위해선 당정청이 먼저 명확한 개혁 의지와 방향을 천명해야 하는데, 애초 그런 과정 없이 전문가 집단인 특위에 과제를 떠넘긴 데서 비롯된 문제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지난 3일 재정개혁특위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2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낮추도록 권고한 취지로 ‘조세형평성 제고’를 꼽았다. 담세력(조세 부담 능력)에 따른 세부담을 강화하고 다른 소득과의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였다. 재정개혁특위는 “금융소득의 상위계층 쏠림 현상이 심각한 반면, 가계저축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저축 증대라는 정책목표는 이미 달성됐다. 금융소득자 간, 금융소득자와 비금융소득자 간 조세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세제당국인 기재부가 4일 내년 추진은 어렵다며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기재부 세제실의 한 간부는 “(권고안대로라면) 가계자산의 70%가 부동산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기준은 2천만원인데, 금융소득 기준만 1천만원으로 내리게 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금융 수익률이 더 떨어져 부동산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31만명이 추가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지만 그중 상당수는 세금이 늘어나지 않아 세수 확보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쪽은 특위 논의 과정에서 줄곧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 인하 방안은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다수결에 따라 소수의견으로 남게 됐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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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종합부동산세와 임대소득세 관련 권고안의 운명도 현재로선 불투명해보인다. 기재부 쪽은 “임대소득은 특위 권고안대로 갈 수 없다. 조금이라도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종부세 개편에 대해서도 “(특위 권고안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유동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인천 영종도 베엠베(BMW)드라이빙센터에서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특위안에 대해 종부세를 제외하고 코멘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납세자들의 혼선이 가중된 것은 물론이고, 향후 조세개혁 과제 논의를 이어갈 재정개혁특위의 활동 동력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재정개혁특위 위원은 “특위에 기재부도 참여하고 있는 만큼 특위 권고안으로 합의가 도출된 것이면 최소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늉이라도 하길 기대했는데 바로 다음날 거부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재정개혁특위는 현 정부의 조세 및 재정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특별기구로 지난 4월 출범했다. 조세와 예산 분야 전문가(교수·연구자 등) 26명과 기재부 관료 2명(재정관리관·세제실장) 등 28명의 위원이 활동 중이다. 올해 상반기 권고안을 낸 데 이어, 하반기에는 중장기 조세개혁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근본적으로 현 정부의 조세개혁 방향이 애초 불분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개혁특위의 또다른 위원은 “청와대가 조세개혁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시그널을 주지 않은 점이 혼선을 부른 측면이 크다. 큰 그림에 대한 공감대 없이 논의가 시작된 터라, 앞으로 논의는 기재부가 수용할 것이냐 아니냐에 맞춰 소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미 특위가 내놓은 종부세 개편 권고안의 강도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당정청이 강도 높은 개혁과제를 추진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방안들도 비슷할 것이란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금융소득 과세 강화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기재부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재정개혁특위 내부적으로는 회의 개최 사실조차 비밀에 부칠 정도로 깜깜이로 운영돼온 점이 문제를 키웠다는 반발도 나온다. 정부는 특위 위원들을 상대로 공식적인 발표 외에는 논의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보안각서를 받았다. 재정개혁특위가 권고안을 발표하기 전까지 이번 권고안에 금융·임대소득 과세 강화도 담길 것이란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재정개혁특위 한 위원은 “더 개방적이고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애초 취지에 맞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허승 정은주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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