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아무개씨 가정은 일반적으로 월 평균 전기사용량이 전반기 보름 동안 100kwh, 하반기 보름 동안 100kwh 등 총 200kwh이다. 하지만 7월 이후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면서 7월 하반기와 8월 상반기에는 전기사용량이 각각 300kh씩 3배로 급증했다. 김씨 가정의 한국전력 검침일은 매달 16일이어서, 7월16~8월15일 기간 동안 전기사용량(600kwh)이 최고 누진율이 적용되는 3단계(400kwh 이상)에 속하게 됐다. 이에 따라 7~8월 두달치 전기요금이 총 15만3690원으로 치솟았다. (도표 참조)
만약 김씨 가정의 검침일이 1일이었다면, 두달치 전기요금 총액은 매달 6만5760원씩 총 13만1500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동일한 전기사용량이더라도 검침일에 따라 전기요금이 2만2천원(17%)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김씨 가정은 한전에 검침일을 1일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지만, 한전은 ‘전기이용 기본공급약관’ 상 검침일은 한전이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달 24일 이후부터는 소비자가 한전의 전기 검침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6일 한전이 고객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검침일을 정할 수 있게 되어있는 현행 전기이용 기본공급약관과 시행세칙은 불공정하다며 시정하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전기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번주부터 발송이 시작되는 7월분 전기요금 청구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8월 말부터는 고객이 자신의 전기사용 패턴에 맞춰 유리한 검침일을 선택함으로써 요금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한전은 그동안 전기요금에 누진제가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검침일을 정해, 동일한 전력량을 사용한 경우에도 누진율 적용이 달라지면서 전기요금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다. 특히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는 에어컨 등의 사용으로 전력사용량이 급증하기 때문에, 해당 기간 전력사용량이 검침일에 따라 하나의 요금계산기간(한달)으로 집중되면 높은 누진율이 적용돼 전기요금 산정에서 불리해진다.
공정위 송상민 소비자정책국장은 “카드결제일도 소비자가 선택하는데, 누진제까지 적용되는 전력요금 검침일을 한전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불공정 약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2016년 자체적으로 희망검침일제도를 도입했으나 시행하지 않고 사장시켜왔다.
한전은 공정위의 약관심사과정에서 해당 약관 조항을 스스로 시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전기이용 기본공급약관 시행세칙을 이달 24일까지 개정해 소비자들이 검침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검침일 변경을 희망하는 소비자들은 24일 이후 한전(국번없이 123)에 검침일 변경을 요청할 수 있고, 8월에 검침일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 8월 요금계산 기간부터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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