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충북 청주 에스케이(SK)하이닉스 ‘M15'에서 열린 제8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신산업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신산업 5대 분야별로 다소 온도차가 있지만, 종전에 나왔던 내용을 종합한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이 있는데다 정부 주도 방식의 한계 등으로 인해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한 탓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4일 내놓은 신산업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한 관련 업계 반응을 종합하면, 우선 미래차 초기 시장 진출 지원 방안이 나온 자동차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놓아 다행”이라며 “친환경차 보급 확대로 수출을 견인하고 고용 창출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견줘 정부가 제시한 일자리 창출 목표치(9만2천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에너지신산업(6만1천개) 분야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적잖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가 주민과의 갈등으로 진척이 매우 더딘 분야라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이 기대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의식해 국가 주도로 밀어붙였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주민참여형 계획 입지 제도를 도입해 주민수용성을 높일 방침이다. 그러나 막개발과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주민 목소리가 커지는 사업이 생길 경우, 일자리 창출 성과 또한 더딜 수 있다.
일자리 1만1천개 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물인터넷(IoT) 가전 분야는 정부가 내놓은 지원 방안이 현실과 다소 괴리돼 있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스마트홈 사업은 이미 이동통신사와 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스마트홈 서비스도 상당 부분 상용화돼 있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플랫폼 개방과 관련해서도, 굳이 정부가 나서서 돕지 않아도 산업 특성상 플랫폼 사업자들의 필요에 따라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48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바이오·헬스 분야는 특히 개인 의료기록과 관련한 규제 완화의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수백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 국민의 주요 정보인 의료 데이터가 공개되는 우려를 감수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지적이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 일자리위는 “개인 의료정보를 외부에 제공하지 않고 통계적 분석 결과만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자리위가 내놓은 안건 중 새로운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분야와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중소기업의 대기업 장비 활용’이나 ‘상생기금 지원’ 등은 기존 사업을 확대한 것에 불과하고, 시스템 반도체 육성 지원과 신성장기술 투자 관련 세액공제 확대는 이미 7월 말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들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혁신과 위험은 기업이 맡고, 정부는 경제 생태계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신산업을 골라 육성하는 데 나서기보다, 자칫 신산업의 혁신이 일자리를 줄이는 쪽으로만 흐르지 않고 전반적인 소득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과거 정부도 혁신을 강조했지만 결국 특정 산업에 대한 보조금이나 지원 정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보다 기업들이 원활하게 활동하고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정경제의 토대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최하얀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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