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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경제’ 용두사미로 끝나나?

등록 2018-10-19 19:18수정 2018-10-21 17:29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용·산업 위기지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용·산업 위기지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지난 4일 2022년까지 미래차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에너지신산업 등 5대 분야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125조원의 투자를 통해 10만7천여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신산업 일자리 창출 민간 투자프로젝트 지원방안’(이하 지원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규제 완화, 신속한 인·허가, 산업인프라 적기공급 등 기업 애로사항 해결과 초기시장 창출 등을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5월 대기업 대표들과 만나 2022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해서 일자리 20만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신산업 프로젝트 투자·일자리 로드맵’과 판박이다. 5대 신산업 분야, 프로젝트 기간, 참여 대기업이 모두 일치한다. 반면 불과 다섯달만에 투자는 35조원, 일자리는 10만개가 줄었다. 정부는 ”투자·고용 계획의 간접효과까지 포함하느냐 여부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재탕 논란에 이어 정부가 숫자놀음까지 하느냐는 의문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원방안‘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하는 ’혁신성장‘ 정책의 일환이다. 재벌을 앞세운 투자·고용 확대 정책이라는 점에서 이미 실패로 끝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책연구소의 한 박사는 19일 “그런 방식이 유효했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이미 투자·고용 확대에 성공하지 않았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근혜 정부는 벤처·중소기업이 꽃 필 수 있는 창조경제의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는 대신 당장 성과를 내려고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을 아예 재벌에 할당했다.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국내 한 반도체 장비업체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매각 제안을 받았다. 제시된 가격이 회사 시가총액의 3배에 달하는 파격적 조건이었다. 중소기업 대표는 단번에 1조원에 가까운 거액을 쥘 수 있었지만, 세계적인 강소기업을 꿈꾸며 십수년간 수천억원을 기술개발에만 쏟아부은 고집으로 거절했다. 그러나 주변에선 어차피 삼성과 거래해서는 미래가 어두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모펀드회사의 대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이 17조원을 상회하며 최고기록을 경신했지만, 반도체 협력사 중에서 세계적 부품·장비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수출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 정책에서 벗어나겠다고 공약했다. 대기업의 성과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낙수효과’가 끊기고, 갑질과 불공정거래가 판치면서 불평등만 심화됐기 때문이다. 대신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을 세축으로 하는 ‘사람중심경제’를 제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혁신성장은 투자·고용 확대를 위해 재벌에 의존하는 게 아니다”며 “중소기업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공정경제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동연 부총리가 그동안 한 일은 대기업 중심 규제완화와 재벌을 만나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고용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실패론을 앞세운 야당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더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이후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별차이 없을 정도로 변질된 혁신성장만 부각되고 있다. 또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둘러싸고 경제팀 안에서 끊임없이 대립과 갈등이 반복되는 사태도 1년6개월째 방치 중이다. 경제팀의 컨트롤타워가 흔들리는 가운데,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이라는 ‘돌부리’에 걸려 휘청거리고, 혁신성장이 박근혜표 창조경제의 아류로 변질된다면 문재인표 ‘사람중심경제’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도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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