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셋째 자녀(차녀)인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패션부문장)이 경영에서 물러나, 삼성복지재단과 리움미술관을 맡는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총수 일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만 남게 됐다. 이서현 전 사장 남편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은 지난 5월 제일기획에서 손을 뗐고, 이부진 사장의 전 남편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부사장은 2016년 회사를 떠났다.
삼성복지재단은 6일 “오늘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서현 삼성물산 전 사장을 신임 이사장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4년 임기로, 내년 1월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장학·보육사업 등을 해온 이 재단은 1989년 소외계층의 자립기반 조성 등을 위해 이건희 회장이 설립해 이사장을 맡았고, 2002년부터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이사장을 맡아왔다.
이날 사장단 인사를 한 삼성물산 쪽은 “이서현 사장이 오늘 현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패션을 전공한 이 전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패션 부문에서 일해 왔으며, 2013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제일모직이 합병 등을 통해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으로 변화할 때도 계속 패션 부문에 머물렀다.
이 전 사장은 복지재단 외에 리움미술관도 맡는다. 리움미술관장은 지난해 3월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씨가 갑자기 퇴진한 이후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홍 전 관장은 당시 “일신상의 이유”라고만 퇴임 사유를 밝혔으나 당시 구속수감 중인 아들 이재용 부회장과의 관련성을 두고 여러 관측이 떠돌았다. 리움미술관은 미술관 발전을 위한 주요 사항을 논의하고 자문할 운영위원회를 새로 만들기로 하고, 이 전 사장을 운영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이번 인사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 전 사장이 삼성물산 사장직을 물러나는 것을 놓고, 삼성물산이 패션 부문을 매각하려는 수순이라거나 이 전 사장이 오빠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조처라는 해석 등이다. 이 전 사장은 형제 중에서도 특히 이 부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삼성 쪽은 이 전 사장이 복지재단을 맡기 위해 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삼성 임원은 “이 전 사장이 애초부터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 임원은 “삼성 경영권은 수년 전에 이재용 부회장으로 정리가 끝났다. 경영권과 연관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