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지난해 7월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시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현직 간부들이 횡령 및 나랏돈 착복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는 가운데, 경찰 수사 대상인 간부가 여전히 경총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개혁을 내건 손경식 회장의 쇄신 의지에 대한 의문이 경총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와 경찰 등 얘기를 종합하면, 김영배 전 부회장을 비롯해 그의 측근이었던 류아무개 전무와 이아무개 본부장 등이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의 고발 조치로 서울지방경찰청과 마포경찰서의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회삿 돈 수억원을 딸 학비 등으로 횡령한 혐의가 고용부 조사로 드러났고, 류 전무와 이 본부장 등은 세금이 들어간 정부 사업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컨설팅 사업을 대리하고 받은 용역비를 가로챈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정부와 경총에서 자료를 받아 조사중이다. 수사 종료까지 한두 달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의 부정 행위에 연루된 간부들은 아직 경총에서 주요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류 전무는 경총이 정부·국회 등과 각종 노동 현안에 대해 대화할 때 여전히 사용자 쪽을 대표해 참가하고 있다. 관례대로라면, 류 전무는 3월부터 시작될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에도 경총 추천 위원으로 합류하게 된다. 경총은 최저임금 협상 때 사용자 쪽을 대표해 위원을 추천하는데, 경총 전무와 본부장 등 2명이 위원으로 참가해 왔다. 류 전무 외에 경총 회계 부정에 책임이 있는 직원 등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총 내부 쇄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손 회장은 경총의 회계 비리 관행이 드러난 뒤 연 임시 총회에서 “앞으로 공정한 경총 사무국 인사체제를 확립할 것”이라며 “회계투명성을 강화하고 업무 절차·제도·규정을 정비하는 등 사무국 내 일대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 경총 직원은 “손 회장이 외부 인력을 영입해 인적 쇄신을 하겠다고 얘기했는데, 어떻게 진행되는지 내부에서도 잘 모른다”며 “직원들이 다들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또다른 경총 직원은 “각종 비리 등이 경찰이나 검찰 수사로 확인되면 이들에 대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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