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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손경식 “경영 적극 대변”…경총, 전경련 대체한다

등록 2019-01-30 16:47수정 2019-01-31 11:14

대통령 만남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반대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주주권 행사도 제동
지난해 정관개정…‘종합 경제단체’로 변신
정경유착으로 위기 빠진 전경련 역할 대체
대기업 “속 시원하다” 대체로 환영 분위기
전경련과 통합 가능성·일본 사례도 검토
노사관계 개선 무산…사회적 대화도 난망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일부 기업이 우려한다. 법 개정보다 시장의 자율적 감시 기능을 통해 기업이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에 반대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가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반대 근거로 제시했다. 일주일 뒤인 22일 손 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대해 “원칙없이 경영에 개입하면 곤란하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에 반대했다. 대기업 이해 관계에 따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일관되지 못한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경총이 문재인 정부 들어 종합 경제단체로 변신을 꾀하며, 박근혜 정부 때 정경유착에 앞장섰다가 고사위기를 맞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역할을 사실상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총은 1970년 노사관계 전담 사용자단체로 설립됐다. 산업화가 본격화하면서 노동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전경련이 노사파트를 떼어내 경총을 만들었다. 경총은 지난해 7월 임시총회에서 정관개정을 통해 사업목적을 ‘자유시장 경제에 기반한 경제사회정책 구현’ 등으로 확대하며, 노사관계 전담 경제단체 탈피를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과 인사하는 모습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바라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과 인사하는 모습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바라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총은 이후 종합 경제단체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업경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8개 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게 대표적이다. 법안 중 노사 관련은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고용보험법 등 3개뿐이다. 나머지 5개는 다중대표소송·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한 상법,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와 재벌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반대한 공정거래법,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에 반대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등 일반 경영현안 관련법들이다. 경총의 이런 움직임은 올해 더 빨라질 전망이다. 손 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영 전반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로서,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이슈에 대한 정책대응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경총의 변신에 대해 대기업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30일 “전경련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하고 싶은 말을 경총이 대변해주니 시원하다”고 말했다. 실제 경총의 주장을 보면 과거 전경련과 ‘판박이’다. 경총의 8개 법안 건의문도 전경련 자료를 베꼈다는 지적이 많다. 경총 간부는 “노사문제에는 전문성이 있지만 일반 경영현안은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다른 경제단체들이 노사문제에서 경총 의견을 참고하듯이, 경총도 다른 경제단체의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경총의 변신을 손 회장의 ‘관심’과 연관짓는 분석도 나온다. 손 회장은 수년 전부터 종합경제단체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고, 국정농단 사태 직후인 2017년 2월 전경련 총회를 앞두고 손 회장을 허창수 회장 후임으로 추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재계에서 나왔었다.

손 회장은 지난해 3월 경총 회장에 취임한 뒤 전경련과의 통합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청한 경총 전직 임원은 “손 회장이 전경련과의 통합 가능성, 일본 경단련(경제단체연합회)과 일경련(일본경영자단체연맹)의 통합 사례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일본의 종합 경제단체인 경단련은 노사문제를 전담하는 일경련을 만들었으나, ‘춘투’가 사라지는 등 노사문제가 정리되자 2002년 다시 일경련과 통합했다.

경총의 전직 임원은 “전경련과도 접촉했으나 반대가 심해 논의가 수면 밑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전경련 상층부의 부정적 태도는 현시점에서의 통합은 경총이 전경련을 흡수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전경련이 경총을 만들었는데, 경총이 전경련을 흡수통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총과 전경련 통합론은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손 회장이 취임하면서 경총이 기존의 강경 일변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경총이 대기업 이해만 대변하는 전경련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태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은 “경총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탄력근로제, 사회안전망, 산업안전 등 핵심 의제에서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사회적 대화를 위해 노조 양보도 필요하지만, 경총이 지금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걱정했다. 배규식 노동연구원장은 “경총이 전체 기업과 국가경제, 국민의 이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데 대기업의 코앞 이해에만 집착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다”며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때 보여준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재계 요구를 합리적으로 대변하려고 노력해온 대한상의에도 부담을 준다. 상의 간부는 “대안 없이 정부를 비판해온 과거 경제단체의 관행에서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지만, 왜 경총처럼 적극적으로 기업 이해를 대변하지 않느냐는 압박이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정부·여당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경총이 기업 이익을 위해 정부의 모든 정책에 철벽방어를 한다”며 “정부가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귀띔했다. 경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에도 김영배 전 부회장이 “세금을 쏟아부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임시방편 처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정부여당 안에서는 ‘자승자박’이라는 지적도 있다. 손 회장이 취임할 때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많았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ㅎ 의원이 주요 대기업과 만나 손 회장 지지를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개입 의혹이 사실이라면 ‘손경식 카드’는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된 셈이다. 최근 경총이 목소리를 높이자 박상기 법무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앞다퉈 경총으로 달려가는 모습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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