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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통령의 ‘경제 올인 행보’는 성공할 수 있을까

등록 2019-02-22 20:23수정 2019-02-25 20:35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장에 입장하며 손경식 씨제이 회장 등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장에 입장하며 손경식 씨제이 회장 등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에스케이가 21일 1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계획을 내놨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2022년부터 공장 4개를 짓는 내용이다. 그동안 수도권 규제로 인해 공장용지를 구하지 못하다가, 문재인 정부의 허용 방침에 따라 길이 열렸다. 올해 초 본격화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올인 행보’에 따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은 50여일간 경제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대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을 잇달아 만나 투자·고용 확대를 당부하고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와도 만나 소통했다. 그야말로 ‘민생경제 살리기’를 위한 ‘총력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경제 올인 행보’와 관련한 ‘2기 경제팀(홍남기 경제부총리-김수현 정책실장)’의 역할을 “위기관리”로 압축했다. 목표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상승세로 반전시키고, 지지율 하락의 최대 원인으로 꼽혀온 민생경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현 상태에서는 내년 총선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위기관리의 핵심 수단은 대기업의 투자·고용 유도와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다. 이를 위해 사회적 논란을 감수하며, 대대적인 규제완화, 뇌물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회동,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의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경제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10대 그룹 임원은 “그동안 대통령이 경제는 뒷전이고, 기업과도 소통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반겼다. 분위기 전환은 일부 그룹의 투자 발표로 이어졌다. 에스케이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도 ‘광주형 일자리’ 투자에 서명했다. 삼성의 동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성의표시’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노사정도 지난 19일 주 52시간제 보완을 위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했다. 박태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은 “경사노위 출범 뒤 첫 번째 사회적 대타협으로, 가뭄 속 단비와 같다”고 말했다.

40%마저 위태로워 보였던 대통령 지지율이 1월 중순 이후 반등하기 시작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도 맞물려 지지율이 50% 안팎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관건인 민생경제에서의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고, 실업자와 실업률이 치솟는 등 부정적 경제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기업·정부의 투자 발표가 실제 집행되는 시점은 몇년 뒤이고, 세계경제마저 가라앉고 있어 대통령의 ‘경제 행보’가 바로 성과를 내기는 처음부터 기대하기 힘들었다”면서 “투자계획은 정치적 메시지”라고 말했다.

민생경제가 나아지지 않으면 대통령 지지율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보수진영은 일제히 ‘분배·고용 참사’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완전 포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진보진영은 대통령의 ‘경제 행보’에 대해 “개혁을 쓰레기통에 버리지는 않았지만, 서랍 속에 넣은 것 같다”(한 진보진영 인사)며 경계한다. 역대 정부의 ‘정책변신’은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약속했으나 집권 반년도 안돼 ‘경제살리기’로 돌변했다. 이명박 정부는 ‘친 대기업’을 표방하다가, 집권 3년차에 ‘동반성장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둘 다 성공했다는 평가를 못들었다. 정책 변신은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책의 일관성 상실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와 추진 동력 약화를 피하기 어렵다.

원칙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성향으로 볼 때 개혁 완전포기를 선언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대통령은 경제 활력도 높이고, 개혁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위기관리’ 기조가 강화되면, 개혁이 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이런 경우 문재인 정부가 지난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 할 위험성도 커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경제 올인 행보’는 과연 어떻게 될까?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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