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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톰 행크스가 영화에서 샀던, 그 옷

등록 2019-04-11 09:00수정 2019-04-11 09:05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브랜드 읽어주는 여자-후고보스

후고보스 제공
후고보스 제공

영화 <터미널>(2004)에서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가 공항에서 일해 번 돈으로 데이트를 위해 비싼 옷을 사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때 그 옷 브랜드가 ‘후고보스’(Hugo Boss)다. 국내 유명 방송인 김어준이 프랑스 파리 여행 중 후고보스 매장에 걸린 양복을 보고 반해 무작정 들어가 양복·구두·셔츠·넥타이를 거금(?)을 주고 산 뒤 노숙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슬림한 라펠(코트나 재킷의 앞몸판이 깃과 하나로 이어져 젖힌 부분)이 특징으로,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더해준다. ‘남성미가 가미된 절제된 우아함’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론칭 초기부터 일관되게 추구해온 결과다. 후고보스는 크게 ‘보스(BOSS) 후고보스’와 ‘후고(HUGO) 후고보스’ 두 브랜드를 총괄하는 의미다. 흔히 후고보스라 하면 보스 후고보스, 그중에서도 대표 라인 ‘보스’를 가리키며, 후고 후고보스는 대개 그냥 ‘후고’라고 칭한다. 보스는 포멀(정중)하고 클래식(고전)한 느낌의 남녀 의류와 액세서리를, 후고는 유행을 선도하는 컨템포러리(현대적) 스타일의 캐주얼·스포츠 의류를 선보인다고 보면 무방하다. 후고보스는 2016년 가을부터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후고보스 제공
후고보스 제공
유니폼 제작 공장에서 출발

이 브랜드는 1924년 오스트리아 출신 재단사 후고 페르디난트가 독일 메칭겐에서 운영하던 유니폼을 만드는 소규모 공장에서 시작했다. 후고 보스는 1885년 7월8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근교 슈바빙산맥 자락에 있는 메칭겐에서 다섯 형제의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 하인리히 보스는 혼수용품을 파는 가게와 수공예품을 만드는 공장, 어머니 루이스 보스는 란제리(속옷)와 린넨 가게를 소유해 일찍부터 직물과 의류 생산 시스템에 조애가 깊었다.

패션 업종 경험은 1902년 메칭겐에 있는 직조회사 벤들러(Wendler)에 취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쌓기 시작했다. 군복무(1903~05)를 마친 뒤에도 콘스탄츠 지역 직조회사에 취직할 정도로 패션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1908년 부모 공장과 가게를 물려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일구었다. 하지만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 뒤, 징집돼 전쟁이 끝나는 1918년까지 군대에 있어야 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고향에 돌아온 후고 보스는 1924년 자신 이름을 딴 재봉점을 열고 셔츠, 속옷, 유니폼, 작업복 등을 만들어 팔았다. 이것이 후고보스 브랜드의 시작이다.

초기에는 나치 제복과 군복, 관리 유니폼, 작업복을 주로 만들었다. 1929년 대공황기 독일 경제난으로 파산에 내몰렸다가, 1931년 채권자들과 계약해 재봉틀 6개를 가진 공장으로 다시 일어섰다. 당시 그가 나치당원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부역한 것이 재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심지어 후고보스는 공장 옆에 수용소를 만들어 폴란드, 프랑스 등의 전쟁 포로 140명에게 강제 노역을 시키기도 했다. 나치 독일군에 군복과 제복을 납품할 때 몸에 딱 맞는 절제되고 세련된 핏의 의상에 반해 자발적으로 군대에 입대한 청년들도 있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나치 패망 뒤 위기 맞기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군복과 나치 친위대 유니폼을 만들어 공급한 전력으로 1945년 나치 패망 뒤 창업자인 후고 보스는 부역 혐의로 기소돼 10만마크르 벌금형과 사업권·선거권을 박탈당하는 처벌을 받았다. 이후 3년 뒤 그가 사망하면서 후고보스는 다시 내리막길을 걷는다. 하지만 후고의 사위 오이겐 홀리가 경영권을 물려받고, 1953년 남성복 정장을 선보이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1960년 후고보스의 남성 슈트가 처음 출시돼 주목받았고, 1967년 오이겐 홀리의 아들 우베·요헨 형제가 회사를 물려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남성 기성복 생산에 집중했다. 과거 군복과 제복을 생산한 노하우가 쌓여 절제된 라인의 남성 정장을 만들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어깨 넓이에 맞춰 슬림하게 떨어지는 핏, 싱글브레스트(양복저고리나 외투 앞이 외줄 단추로 되고, 겹치는 섶이 좁은 것), 투버튼 블레이저(스포츠용 웃옷), 고급 원단에 품위 있는 디자인으로 전문직 등 성공한 남자를 위한 슈트로 인식되면서 세련되고 상류층을 위한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보스의 현재 이미지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전범기업 과거 사과로 신뢰 회복

1980년대부터 셔츠, 넥타이, 스웨터, 가죽재킷으로 생산라인을 확장했다. 이후 프리미엄 남성복, 여성복, 스포츠웨어, 슈즈, 향수, 액세서리, 선글라스까지 포괄하는 세계적인 럭셔리 토털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다. 1984년 출시한 향수 ‘보스 넘버원’은 남성을 대표하는 향수로 사랑받으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1991년 울 직물을 생산해온 전문그룹 마르조토가 후고보스의 새로운 대주주가 되면서 성장동력을 한층 강화하기 시작했다.

후고 보스가 전범 기업이라는 불명예에도 세계적인 명품 패션그룹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진심 어린 사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더불어 창립 초기부터 지켜온 ‘슬림하면서도 절제된 우아함’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잃지 않고, 품위 있고 고급스러운 품질에 대한 신뢰를 꾸준히 쌓아온 노력의 결실이 아닐까 싶다. 현재 110여 개국에 710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4월호 더보기 http://www.economyinsight.co.kr/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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