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수정하면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2.4~2.5%로 낮췄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가격 회복 지연으로 수출과 투자 부진이 장기화하자 경기 하강 위험이 더 커졌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수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하반기에 10조원 이상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대규모 감세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경기 둔화에다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도 더딘 상황이어서 하향 조정한 성장률 목표치조차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지난해 말(2.6~2.7%)보다 0.2%포인트 낮은 2.4~2.5%로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밝힌 ‘성장률 2.5~2.6% 목표’보다 0.1%포인트 낮다.
정부가 성장률 목표치를 낮춘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하반기 반도체 가격 회복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외변수뿐 아니라 국내 산업구조 전반의 혁신이 지체돼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는 상황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글로벌 성장세 및 교역 둔화, 우리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부진) 등으로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하고, 국내 구조적 여건까지 겹쳐 투자가 부진한 상황 등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4월까지만 해도 “하반기엔 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며 다소 낙관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수출·생산·소비 등 실물지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지난달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동시에 교체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유도했다. 새 ‘경제라인’이 들어선 뒤 나온 첫 경제정책 방향에서 정부는 이전보다 엄중한 경제 인식을 드러내며 경기 불씨를 살리는 데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는 이날 10조원 이상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1조원가량 예상되는 감세 정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경기 상황에 비춰 성장률 수정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민간 경제연구소는 정부 목표치보다 낮은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엘지경제연구원(2.3%), 한국경제연구원(2.2%) 등은 2%대 초반으로 예상하고, 일부 외국 투자은행은 1%대 성장을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 스스로도 국회에 계류 중인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이달 안에 통과돼 하반기에 상당 부분 집행되고, 이날 발표한 투자·소비 촉진 대책이 경기 부양 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전제로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제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추경안 통과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일본의 무역 보복 조처라는 돌발 악재까지 터져나온 상황이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정부의 경제 전망치는 정책적 의지가 포함된 숫자다. 반도체 업황의 반전 추세가 당초 생각보다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간에서 예측하는 2%대 미만은 과한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무리하게 성장률 목표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우리 경제는 투자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정부는 정책의 양에 치중해 무리하게 숫자를 맞추려 하지 말고 혁신 분야 등 꼭 필요한 곳에 투자가 일어나도록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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