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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읽어주는 여자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 수석디자이너 출신의 마크 제이콥스는 패션계에서 영향력 높은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1984년 동업자 로버트 더피와 함께 자기 이름과 같은 브랜드 ‘마크제이콥스’를 론칭해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키워냈다. 한국에서도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마크 제이콥스는 옷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명품을 목표로 의류, 핸드백, 구두, 향수, 시계, 선글라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핸드백은 시즌마다 최고 ‘잇백’으로 손꼽히는데, 그의 컬렉션과 더불어 ‘하이퍼힙(Hyper-Hip) 브랜드’라는 찬사와 함께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캐나다 출신 모델 제시카 스탬 이름을 딴 스탬백, 파라다이스백, 웰링턴백, 인코니토백, 트러블백 등이 대표적이다.
“옷이란 고결한 예술작품이 아니라 판매돼야 하는 상품이다. 나 역시 순수 예술가가 아니라 패션디자이너다”라고 마크 제이콥스는 말했다. 이런 소신답게 그는 ‘상류층의 고급스러움과 세련미, 거리의 촌스러움과 천박함’을 오가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브랜드의 성장 배경에는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의 천부적인 재능과 더불어 스타성과 명성이 한몫했다. 동성애 결혼 지지 등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했던 그는, 2019년 4월 남자친구 찰리 디프랜시스와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패션 열정 뛰어나
1963년 4월9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마크 제이콥스는 7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세 번 재혼하면서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패션 열정은 어릴 적부터 남달랐다. 13살 때, 당시 가장 전위적인 옷을 팔던 뉴욕 부티크 샤리바리(Charivari)에 찾아가 돈은 안 줘도 좋으니 창고에서라도 일하게 해달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이런 바람은 2년 뒤 이뤄진다. 15살 때부터 샤리바리에서 옷을 정리하고 마네킹에 옷을 입히는 일을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패션계에 입문한 계기는, 이곳에서 일하다 평소 동경하던 패션디자이너 페리 엘리스를 만난 것이다. 그에게서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 진학을 권유받은 제이콥스는 1981년 파슨스디자인스쿨에 입학했다. 졸업할 때 ‘올해의 학생상’ ‘체스터 와인버그 황금 골무상’ ‘페리 엘리스 황금 골무상’을 모두 받았다. 그는 천부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촉망받는 미래의 패션디자이너로 떠올랐다.
그의 패션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17살 때부터 함께 살았던 할머니다. 뉴욕의 부유한 동네인 어퍼웨스트사이드에 살던 할머니는 고급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세련된 멋쟁이였다. 할머니는 그에게 영감을 줬을 뿐 아니라 니트 짜는 법을 가르쳐줬다. 제이콥스의 파슨스디자인스쿨 졸업작품 역시 할머니가 떠준 옵아트(기하학적 형태나 색채를 이용해 시각적 착각을 다룬 추상미술) 문양의 발랄한 스웨터 세 벌이었다. 이 옷들을 그가 일했던 샤리바리에서 팔았다. 이때 그의 디자인을 눈여겨본 로버트 더피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샤리바리, 로버트 더피, 루이뷔통
당시 재능 있는 디자이너를 찾던 로버트 더피는 자신이 다니던 의류회사 루번토머스(Reuben Thomas)에서 새롭게 내놓은 브랜드 스케치북(Sketchbook) 디자인을 마크 제이콥스에게 맡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이콥스와 더피는 ‘제이콥스 앤드 더피’(Jacobs Duffy Designs, Inc.)라는 작은 회사를 세우는데 이것이 마크 제이콥스 브랜드의 시초다.
자신 브랜드와 별개로 마크 제이콥스는 페리 엘리스와 루이뷔통의 디자이너로 활동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회자되는 그런지(Grunge) 컬렉션은 1993년 봄/여름 페리 엘리스에서 미국 시애틀 출신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와 펄 잼의 음악과 스타일에서 영감받아 선보인 것이다. 고교 시절 뉴욕의 유명 디스코클럽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접한 1970~80년대 대중음악과 클럽 문화에서 영감받아 구겨진 낡은 셔츠, 오버사이즈 스웨터, 찢어진 청바지, 닥터마틴 신발 등으로 표현한 것이 그런지 패션의 시작이다. 젊은층의 반항과 저항을 상징하며 지지받았지만 패션계 주류에서는 혹평을 받았다. 결국 그는 페리 엘리스 디자이너에서 물러난다. 그래니룩, 퀼팅, 트위드 등도 마크 제이콥스를 따라다니는 디자인 키워드다.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의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루이뷔통과의 만남이다. 1997년부터 16년간 수석디자이너로 일했는데, 재임 동안 진부하고 보수적인 루이뷔통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노그램 베르니, 그래피티 모노그램, 멀티컬러 모노그램, 데님 원단의 핸드백과 구두 등으로 루이비통에 젊음과 생기를 불어넣었다.
마크 제이콥스, 더 마크 제이콥스
마크 제이콥스는 2013년 루이뷔통에서 은퇴해 자신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크 제이콥스 브랜드의 첫 독립 매장은 1997년 뉴욕 소호지구 머서가, 두 번째 매장은 200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문을 열었다. 이듬해인 2001년 세컨드라인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를 선보여 더 젊은 소비자를 공략했다. 루이뷔통 모기업 LVMH가 마크 제이콥스 브랜드 지분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데님팬츠와 티셔츠, 데님재킷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는 2003년, 유럽에는 2006년 파리를 시작으로 진출했다. 마크 제이콥스는 ‘상류층의 화려함과 캐주얼웨어의 중간’이라는 틈새시장에 주목해 젊고 멋진 사람을 위한 하이패션 시장을 공략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현재 전세계 60여 개국 300여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마크 제이콥스는 ‘2019 프리폴(free-Fall) 시즌’에 ‘더 마크 제이콥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는 “지금까지 선보였던 컬렉션과는 다른, 좀더 개인적인 스타일링을 가능하게 하는 디자인”으로 “패션·예술·음악·대중문화·영화·인쇄물이 주를 이루던 시대를 재해석한 스타일로 향후 영향력 있는 예술가와 전설로 불리는 제작자와 다양한 협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즌에는 포토그래퍼 휴고 스캇과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가 진행했는데, 그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슐츠의 만화 <피너츠>에서 영감받은 ‘피너츠 캡슐 컬렉션’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마크 제이콥스는 2013년 루이뷔통에서 은퇴해 자신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다. 더 마크 제이콥스 제공.
‘더 마크 제이콥스’가 2019 프리폴 시즌에 선보인 ‘피너츠 캡슐 컬렉션’. 더 마크 제이콥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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