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은 1978년 증권거래세가 도입된 이래 증권 관련 세금제도의 가장 큰 변화로 평가된다. 그동안 손익과 상관없이 주식을 팔 때 냈던 거래세는 줄이고, 팔아서 이익이 날 경우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이번 개편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 주식으로 손익을 본 경우
현재는 주식을 살 때는 세금이 없고, 팔 때만 손익과 상관없이 거래세(상장 0.25%·비상장 0.45%)를 매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증권거래세율을 2022년 0.02%포인트, 2023년에는 추가로 0.08%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코스피와 코스닥 주식을 팔 때는 0.15%(코스피는 농특세), 비상장 주식은 0.35% 세율이 적용된다. 대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전면 도입된다. 주식으로 번 돈이 2천만원을 넘으면 2천만을 뺀 나머지 양도차익에 대해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면 코스닥 주식 5천만원어치를 가진 투자자가 올해 주식이 올라 7천만원에 모두 팔았다면, 증권거래세만 내면 된다. 증권거래세는 양도금액 7천만원의 0.25%인 17만5천원이다. 2023년부터는 증권거래세율이 0.15%로 낮아서 거래세는 10만5천원으로 줄어든다. 양도세가 도입되지만 이 경우엔 양도차익(2천만원)이 기본공제 금액을 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새 제도 도입으로 세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주식 양도차익이 2천만원을 초과하면 지금보다 세 부담이 커진다. 코스피 주식 3천만원어치를 가진 투자자가 6천만원에 주식을 팔았다면, 현재는 증권거래세(0.25%) 15만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양도차익 3천만원에서 기본공제 2천만원을 제한 1천만원에 대해 20% 세율을 적용한 200만원의 양도세와 증권거래세(0.15%) 9만원을 더해 209만원을 내야 한다.
거꾸로 대규모로 주식을 가진 이들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주주 기준은 1종목당 주식 보유액 10억원 이상이며, 내년 4월부터는 3억원 이상으로 내려간 뒤 정부 개정안이 적용되는 2023년부터는 사라진다. 만약 내년에 코스닥 주식 3억원어치를 가진 투자자가 하반기에 주가가 올라 5억원에 팔아 2억원의 이익을 본다면, 증권거래세 125만원과 양도소득세(2억원×20%) 4천만원을 내야 한다. 이 투자자가 2023년에 같은 이익을 본다면, 기본공제 2천만원이 적용돼 2억원 가운데 1억8천만원에 20%의 양도소득세가 적용돼 3600만원을 내고, 증권거래세(0.15%)는 75만원만 내면 된다.
주식 거래로 손해를 봤다면 3년간 이월 공제를 받을 수 있다. 2023년 주식 거래로 2천만원 손실이 났다면, 향후 3년간 이익을 봤을 때 그만큼 제하고 세금을 내면 된다. 2026년 주식으로 5천만원 이익을 냈다면, 기본공제(2천만원)와 2023년 손실분(2천만원)을 합친 4천만원을 제하고 1천만원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 200만원을 내면 된다.
■ 펀드로 손익을 본 경우
현재는 주식과 채권에 골고루 투자한 펀드의 경우 채권 이자와 양도 수익, 주식 배당금 등에 대해 14%(지방소득세 제외)의 배당소득세만 낸다. 주식 매각에 따른 세금은 없다. 2022년부터는 펀드 환매 시 주식 양도분도 금융투자소득으로 포함돼 채권 양도분과 손익을 따진 뒤 과세한다.
예를 들어 가입한 펀드를 환매해 500만원 손실을 봤더라도 채권 양도 수익 200만원과 주식 양도 손실 700만원으로 구성됐다면, 현재는 채권 양도에 따른 배당소득세(14%) 28만원이 부과된다. 2022년부터는 두 수익을 합쳐 500만원 손실이 났기 때문에 세금은 없다. 또 지금까지는 두가지 이상 펀드에 가입해 환매할 경우 펀드마다 별도로 채권이나 주식 양도 여부를 따져 배당소득세를 매겼지만, 2022년부터는 모두 합쳐 손익 여부를 따져 이익이 난 경우 금융투자소득세(20%)를 매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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