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화폐의 부정적 효과를 지적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보고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와 정반대 결론을 내린 다른 국책 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17일 “지난해 나온 지방행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투입에 따른 지역화폐 발행의 승수효과는 생산유발액 기준 1.78배, 부가가치유발액 기준 0.76배”라며 “지역화폐가 지역 내 선순환 경제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가 언급한 지방행정연구원의 ‘지역사랑상품권 전국 확대발행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는 지역화폐의 실제 경제적 결과를 확인해본 게 아니라, 발행금액이 소비로 이어질 경우를 가정해 일어날 경제적 효과를 따져본 것이다. 지방행정연구원 보고서는 지난해 1∼8월 발행된 지역화폐 총액 1조8025억원이 소비됐을 때 파급 효과를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계산했다. 그 결과 낙관적 시나리오에선 생산유발액 3조2128억원, 부가가치유발액 1조3837억원, 취업유발인원은 2만9360명, 보수적 시나리오에선 생산유발액 898억원, 부가가치유발액 387억원, 취업유발인원 820명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선 10만원어치 지역화폐를 9만원에 샀을 때, 10만원어치 지역화폐와 할인받은 1만원까지 더해 11만원의 새로운 소비가 발생한다고 가정했다. 보수적 시나리오에선 지역화폐 10만원어치는 기존 소비를 대체한 것으로 보고, 할인받은 1만원의 소비(한계소비성향 0.466)가 가져온 유발효과를 따졌다. 아울로 보고서는 “통상 고용유발 효과 등을 과다 추계하는 경향이 있는 산업연관표 분석의 문제점을 공유하며, 지역 내의 역외소비 유출 감소, 역외소비 유입 등의 다양한 상호관계를 포함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조세연의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통계청의 2010∼2018년 전국 사업체 전수조사 자료를 이용해 지역화폐의 실제 경제 효과를 따져본 것이다. 보고서는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지역화폐 대부분이 동네 마트, 식료품점 등에서만 사용됐고 해당 지역의 고용을 증가시켰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대형마트 매출이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 이전되는 효과는 있지만 해당 지역과 특정 업종에서만 쓸 수 있어 소비자 후생이 떨어지는데다 한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인접 지역에서도 발행하는 연쇄 효과가 있어, 할인율을 크게 적용할 수 없는 소규모 지자체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대전의 지역화폐 할인율은 15%인 반면 세종 할인율은 10%여서 세종 주민이 대전 지역화폐를 구입해 대전에서 소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화폐를 고려해야 한다”며 “모든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떨어져, 특정 시점이나 특정 지역에 한해 지역화폐 발행을 중앙정부가 보조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예산 1조3천억원을 들여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15조원과 온누리상품권 3조원어치 발행과 할인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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