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보고서를 맹비난한 뒤 지역화폐의 효용성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다. 17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긍정 평가한 또다른 국책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하며 이 지사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전문가들 입을 막지 말라”며 전선에 뛰어들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지역화폐가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지역화폐는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역화폐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지난해 지방행정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민주당과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15조원대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6일 소상공인 출신 이동주 민주당 의원도 “지역화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코로나 국면에서 골목상권 현장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이 의원은 지역화폐 발행 지자체가 크게 늘었다고 밝히면서 “지역경제가 급격히 무너졌던 ‘고용위기지역’에서 (지역화폐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세연 보고서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는 편파적이고 실증적이지 못한 분석에 의하여 연구가 수행되어 결국 국정방향에 위배되는 보고서가 발간된 경위에 대하여 해명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 지사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원희룡 지사는 17일 페이스북에 “국책연구기관의 리포트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지만 ‘조사와 문책’이라니. 세몰이, 찍어누르기, 특히 전문가들의 입을 막으려는 듯한 언행은 토론이 아니다”라며 이 지사를 비판했다. 이 지사는 조세연 보고서에 대해 “근거 없이 정부 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다. 엄중 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다만 원 지사는 “많은 지자체에서 단위금액이 표기된 상품권을 넘어 모바일과 카드 방식 등을 채택해 지류상품권의 제약사항을 해소하고 있다”며 연구가 보강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설계에 참여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연구 결과를 두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이를 ‘문책하라’고 하는 것은 연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세연 출신의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도 “학문적으로 논란이 있다면 여러 연구기관이 자신의 방법과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한 뒤 논의를 거치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고 ‘문책하라’고 하면 연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유찬 조세연 원장은 “지역화폐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좋은 취지와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많이 수반되고 효과가 제약되는 측면이 있어 이를 데이터로 살펴본 것”이라며 “연구 내용을 수용하는 입장에서 달리 볼 수도 있지만 다양한 대안을 두고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낫다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환봉 이주빈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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