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필요성·실효성 논란
2024년 국가채무비율 58.6% 전망
준칙 시행 전 ‘지출 제약’ 가능성
“경제회복이 우선돼야” 비판 일어
건전재정 중시 쪽은 “너무 허술”
이전 제출 법안보다 기준 느슨하고
시행령 규정도 정부가 수정 가능
2024년 국가채무비율 58.6% 전망
준칙 시행 전 ‘지출 제약’ 가능성
“경제회복이 우선돼야” 비판 일어
건전재정 중시 쪽은 “너무 허술”
이전 제출 법안보다 기준 느슨하고
시행령 규정도 정부가 수정 가능
정부가 5일 발표한 재정준칙 도입 방안은 그 필요성과 실효성을 놓고 찬반양론이 크게 엇갈린다. 여야 역시 상반된 입장이어서, 정부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재정건전성이 합리적으로 확보·견지되도록 재정준칙을 마련하되 심각한 국가적 재난·위기 시 재정 역할이 제약받지 않도록 한다는 기조하에 검토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마련한 재정준칙 방안은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0%,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다. 다만, 두 지표 가운데 하나만 만족해도 재정준칙을 충족한다고 보기로 했다.
기재부는 올해 국가채무비율 43.9%, 통합재정수지 -4.4%에서 2024년에는 각각 58.6%, -3.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재정준칙이 마련되면 시행은 2025년부터지만 이전부터 재정지출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2024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50% 후반이므로, 60%를 하려면 수지 개선 노력을 엄청나게 해야 한다. 확장재정을 계속하면 2025년 준칙 달성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재정지출을 줄여나가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정준칙 도입이 성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재정준칙 마련보다 확장적 재정을 통한 취약계층 지원,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등이 먼저”라고 말했다.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장도 “재정준칙보다 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지출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정부의 재정준칙이 허술하다고 비판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마련된 ‘국가재정건전화 법안’이나 현재 국민의힘이 제출한 법안에서는 ‘국가채무비율 45%, 관리재정수지 -3%’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정부안은 국가채무비율 기준도 더 높고, 재정수지도 ‘관리재정수지’(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의 영향을 제외한 지표) 대신 통합재정수지를 기준으로 했다. 일반적으로 관리재정수지의 적자폭이 더 크다. 국가재정법에 재정준칙 마련을 위한 근거를 두고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담기로 한 점, 시행 시점이 2025년이라는 점도 쟁점이다. 홍우형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재정준칙이 필요하지만, 이를 시행령에 담으면 정부 뜻대로 고칠 수 있어서, 진정한 재정준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재정건전화를 할 생각이 있다면 당장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재정법이 향후 국회 문턱을 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가, 이유는 반대지만 모두 부정적 입장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다며 재정준칙 도입에 줄곧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재정준칙과 관련해 그동안 주요 경제정책 발표 전에 가졌던 당정 협의가 없었고, 내용도 정부가 마련한 초안대로 발표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관계자는 “재정준칙과 관련해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기재부와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늘 발표한 내용을 보면 ‘맹탕’ 재정준칙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이경미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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