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지난해 3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 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같은 해 5월에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재단’을 창립했다. 퇴임 이후 세계 지도자들과 함께 기후위기와 감염병 대응, 지속가능한 세계의 번영 등 주요 국제 이슈들을 다뤄온 그는 올해 아시아미래포럼 첫 날인 12월2일 ‘지구적 위기, 지구적 협력: 우리 모두의 안전한 삶을 위하여’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선다. 반 전 총장은 강연에서 코로나 사태와 미국이 스스로 모든 가치로부터 탈퇴하면서 세계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졌던 시기를 상기한 뒤 전세계 국가의 협력과 다자주의의 회복을 강조할 예정이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국가주의로 확대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만능주의로 가다보면 자유와 인권보장이 미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팬데믹 시기가 인류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했다. 보다 더 평화롭고, 지속가능하며, 포용적인 세상을 구축하기 위한 세대적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갈수록 심각해져가는 기후변화 상황에서 파리기후변화 협약에 기반한 공동 행동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 사태가 초래한 기후·공중보건·경제적 악영향으로 특히 취약 계층들이 더 심각한 가난과 식량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반 전 총장은 ‘바이든 시대’를 맞아 미국이 기후변화협정과 유엔 인권이사회 등에 다시 들어가기로 한 것에 대해선 크게 반겼다.
그는 지난 11월9일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낸 축하 서한에서 “기후변화 협약에의 신속한 복귀를 천명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이 국제 사회의 선도적 지도력을 회복해 유엔과 함께 지난 수년간 손상된 다자주의를 강화하고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한미 동맹은 피로 굳게 맺은 군사동맹에서 시작해 이제 포괄적 가치동맹으로 발전되었으며 바이든의 리더십 아래 앞으로 더 공고한 동맹으로 한 차원 높은 발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이 ‘팬데믹과의 전쟁’에 힘을 쏟겠다는 다짐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뒀다.
반 전 총장은 이번 특강에서 지속가능한 세계의 번영을 위해 각국의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할 계획이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 이뤄낸 성과 가운데 17개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설정한 것과 파리기후변화 협약을 채택한 것을 중요하게 꼽는다. 그는 “협약 목적이 세계를 승자와 패자로 구분하는데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후변화에 대처할 행동을 취할 골든타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자연재해는 훨씬 불안정하고 파괴적으로 변하고 있기에 이 협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패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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