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는 5500만명 넘는 감염자와 13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기록하며 전 세계 국경을 봉쇄시키고 모든 사람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마비시켰지만, 초유의 대재난 속에서 재난 극복을 위한 기술적 시도와 노력도 돋보였다.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소장 김재섭)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2020(HAT 2020)’의 올해 심사 키워드 또한 ‘코로나19 극복과 대응’이었다. 특히 한국이 코로나19 초기 확산국에서 ‘방역 모범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엔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가 지향하는 ‘사람 친화적 기술’과 노력의 역할이 컸다.
백신과 치료제 없는 감염병 불안 상황에서 코로나19 진행 상황과 관련한 유용하고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신속하게 전달한 코로나 정보공유 체계인 ‘긴급 재난알림 시스템’(사회공공 부문 최우수상)은 사회 구성원 각자가 생활공간에서 개인방역과 위생을 강화할 수 있게 만든 정보신경망 노릇을 했다. 이를 기반으로 방역 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확진자 이동 경로를 알리고 시민들의 협조와 대응을 이끌어냈다. 확진자 동선공개 초기에 불거졌던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지적과 우려가 반영되면서 최소한의 필수정보 기록과 공개 위주로 개선되어나갔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올 1월 민간개발자 두 사람이 자원봉사로 개발해 운영하는 코로나 정보 상황판 ‘코로나보드’(사회공공 부문 우수상)는 국내와 전 세계의 코로나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보여주는 서비스로, 인터넷의 정보공유 운동의 모범적 사례다.
올해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서비스인 ‘당근마켓’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이 공동체적 가치를 새롭게 되살릴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평가위원회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5년 판교 지역에서 소규모 지역 기반 커뮤니티 앱으로 출발한 당근마켓이 2020년 11월 현재 누적 다운로드 2000만건, 월 방문자 1200만명을 넘어서는 대표적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로 성장한 배경엔 디지털 기술의 사람 친화적 설계와 운영이 있었다. 특히 당근마켓은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기존의 시간과 공간이 만든 거리와 벽을 없애며 전통적 생활방식과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통념을 뒤집고 만들어낸 성공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를 통한 가입 인증을 통해 이용자 거주지역의 생활정보와 주민 간 재화 직거래를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동체적 연대를 구현해가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 간의 중고품 거래를 활성화해 유휴 물품의 새로운 쓸모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자원 재활용을 통해 환경적 기여를 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전자상거래가 지역 상권을 위축시키고 소셜미디어가 이웃 간의 왕래와 소통을 줄이는 현실에서 당근마켓이 만들어낸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특히 당근마켓은 코로나19로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지역생활에 대한 관심과 정보 욕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용성이 확대됐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이용자 부문 최우수상) 서비스 또한 디지털 기술이 전통시장 같은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모범적 사례와 실질적 지원 효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통시장과 상인들은 온라인 쇼핑몰 전자상거래의 대표적 피해자였지만,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는 인터넷을 활용한 접근성과 쇼핑 편의성 제고를 통해 전통시장과 상인에게 구체적 도움을 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을 보여줬다. 네이버가 앞장서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갖추고 있지 못한 동네시장 점포들에 편리한 홍보, 결제, 배달 수단을 제공해주고 네이버 첫 화면에서 인근의 동네시장을 홍보해줌으로써 동네시장 이용을 부담스러워하던 시민들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했다. 2019년 초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에서 시범 운영되어 현재 전국 50여 동네시장으로 확산된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는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전통시장의 적이 아니라 우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디지털 기술의 설계와 적용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 구현 방법을 제시한 사례다.
특별 부문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라이더 유니온’과 ‘배드파더스’는 당면한 사회문제에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활용함으로써 공론화를 이끌어내고 공동체가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과 문제 해결을 위해 헌신해온 활동가들의 노고가 컸다는 점을 인정하고 기려야 한다는 데 평가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한 결과였다. ‘라이더 유니온’은 개별적으로 고립되어 일하는 배달노동자들의 고충과 현실을 알리는 조직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사회가 깊이 의존하고 있는 배달플랫폼과 비대면 경제 속 실제 노동을 담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공론화하는 주요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배드파더스’는 이혼 뒤 고의로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상공개를 통해 양육비 지급을 목적한 조직으로, 사전 공지와 유예, 삭제절차 등을 통해 사회적 낙인과 비난이 아닌 실질적 양육비 지급으로 이어진 새로운 차원의 시민운동이다.
이용자 부문 우수상 선정작들은 변화하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달라진 수요를 읽어내 새로운 가치 제공으로 만들어낸 서비스들이다. 이사, 청소, 개인교습, 디자인 등 생활영역의 전문인력을 수요자와 이어주는 ‘숨고’는 수많은 ‘고수’들의 재능과 역량을 효율적으로 시장과 매칭시켜주는 서비스로 주목받았으며, 크라우드 펀딩의 대표기업인 ‘와디즈’는 단순한 투자자금 조달을 넘어 새로운 상품과 수요를 만들어내 창의적 시도를 활성화하는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용 소프트웨어인 ‘잔디’와 이용자와 이동통신 3사의 공동 본인인증 앱인 ‘패스’는 코로나 비대면 경제에서 유용성의 가치가 돋보였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직방의 ‘헛걸음보상제’는 이용자 불만과 집값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거짓매물을 감소시키는 실질적 효과를 만들고 있으며, 이메일 기반이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뉴닉’은 밀레니엄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형식의 뉴스 서비스를 통해 미디어의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사회공공 부문 우수상)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돌봄 사각지대의 노인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가치와 기여가 돋보였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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