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경제 성장률 3.2%를 달성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2019년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넘어서는 경제반등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종 인센티브로 소비 진작과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로 했다. 하지만 기존 정책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다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도 도사리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기 반등과 내수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소비 3종 세트’다. 구체적으로 내년 신용카드 등 사용액 가운데 올해보다 5% 늘어난 금액에 대해 최대 100만원까지 추가로 소득공제를 더 해줄 계획이다. 돈을 더 쓰면 세금을 더 돌려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 말로 끝나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를 최대한도 100만원으로 설정해 내년 6월까지 연장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을 사면 한전의 전기요금 복지할인 대상자에 한해 제품가격의 20%를 환급해줄 계획이며, 한도는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는 최대 30만원이었다.
방역 안정을 전제로 4대 바우처와 4대 소비쿠폰도 온라인 사용까지 허용해 제공한다. 4대 바우처는 국내 관광시 근로자 휴가비(10만원) 지원과 함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농산물 구매지원, 통합문화이용권, 스포츠강좌 이용권 등이다. 4대 소비쿠폰은 농수산물·외식·숙박·체육쿠폰이다. 또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해외에서 오는 관광비행 상품 여행객에게 일시 착륙 후 출국장 면세점 이용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미 외국에서 자국에서 출발해 한국 영공을 비행한 뒤 돌아가는 상품이 출시된 상황에서 공항에 잠깐 착륙해 공항 면세점도 방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주요 ‘소비 진작 카드’는 고소득층에 혜택이 쏠리는 데다 코로나19 재확산시에는 제약이 발생한다. 올해도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한 소비쿠폰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단돼 다 못쓴 예산은 내년으로 이월된 상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경제와 방역 사이 균형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지금은 소비정책보다도 백신 확보 등 방역에 치중해야 하고, 소비정책 역시 자동차나 가전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영세자영업자를 상대로 한 소비를 늘리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내년 상반기 백신 접종 전까지는 사회경제활동 위축이 계속돼 소비 활성화 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소비활성화 대책보다는 피해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소비가 위축되지 않고 경제가 순환되면서 경제활동이 일정 수준 이하로 위축되지 않도록 촉진하는 정책들을 고안했고, 소비나 투자 활성화로 이번 위기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어려운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추진한 ‘100조원 투자프로젝트’에서 10조원 늘린 ‘110조원 투자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대기업프로젝트(28조원)와 민자사업(17조원), 공공기관(65조원) 투자를 발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설비투자의 경우 2021년 최대 75%까지 가속상각을 허용하고, 중소·중견 자동화설비 관세감면도 각각 50%·30%에서 70%·50%로 확대한다. 하지만 올해 25조원 규모 사업을 발굴하겠다던 대기업프로젝트가 현재 23조원에 그친 것에서 볼수 있듯이 내년 목표 달성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부가 전망한 내년 경제성장률 3.2%는 다른 정부기관이나 국제기구 전망치에 비해 다소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1%를 예상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2.9%, 한국은행 2.8% 성장을 내다봤다. 기재부는 반도체 등 제조업 업황이 회복돼 설비투자가 4.8%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국내총생산(GDP) 수준으로 회복하고, 취업자수도 경기 개선과 일자리 창출 지원 확대 등으로 올해 22만명 감소에서 내년 15만명 증가로 반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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