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29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상가에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르면 3~4월 중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4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 지급 방식을 놓고 여야는 물론 당정 간에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두고도 선별지급과 보편지급, 지원금의 효과 등을 두고 논쟁이 일었다. 4차 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은 보편과 선별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여당과 보편지급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 간의 갈등으로 번졌지만, 근원적으로는 재난지원금 정책의 목적과 원칙, 방향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1차 때는 ‘전국민’ 대상이었다. 소득과 재산에 상관없이 가구당 최대 100만원씩 주는 ‘보편지원’ 방식으로 14조3천억원을 지급했다. 2, 3차 재난지원금은 1차 때와 성격이 달랐다. 피해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선별지원’ 방식이었다.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활성화 목적보다 정부의 방역 조처로 피해를 본 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는데 2차 지원금은 7조8천억원, 3차는 9조3천억원 규모였다. 다만 3차 때 직접 지원액은 6조1천억원으로 2차 지원금 수준에는 못 미쳤다.
재난지원금을 처음 도입한 나라는 1929년 세계대공황 당시의 미국이다. 당시 지원정책의 첫째 목적은 ‘소비 진작', 그다음은 ‘소득 보전’(생계유지)이었다. 가까운 전례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을 비롯해 대만과 일본 등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지원을 했다. 우리는 어떤 원칙과 방향에 따라 지원하는 게 최선일까?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는 “4차 재난지원금을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 것인지 논의하기 전에 먼저 1차 재난지원금의 정책 효과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 3차 재난지원금 효과를 분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다 특히 3차 지원은 아직 진행 중이라 현재로선 1차 재난지원금의 분석 결과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 분석은 크게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기도의 자체 연구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문제는 양쪽이 전혀 상반된 연구 결과를 내놨다는 점이다.
경기도는 도민들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액 대비 1.85배의 소비 효과를 견인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재난지원금 10만원을 받아 18만원을 썼다는 것이다. 경기도민 1300만명이 정부로부터 받은 재난지원금에 도의 재난기본소득을 합친 5조1190억원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총 7조7444억원의 소비지출이 있었던 것으로 경기도는 집계했다. 투입 예산 대비 1.51배로, 재난지원금이 아예 없었을 경우를 가정해 분석했을 때는 1.85배의 소비 진작 효과가 났다는 게 경기도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결과와 크게 다르다. 김미루·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해 발표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는 30% 정도에 그쳤다. 이 연구는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증대 효과를 카드매출액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을 통해 분석한 것인데, 사용가능 업종에서 재난지원금을 통해 늘어난 카드매출액은 4조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투입 재원의 26~36%에 해당한다. 나머지는 소비가 아니라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데 쓰였을 것으로 연구원은 추정했다. 100만원을 받아 30만원가량만 썼다는 것인데, 당시 재난지원금은 사용기한과 사용처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거의 다 썼다고 봐야 한다. 다만 100만원으로 ‘대체 소비’를 하니 그만큼 원래 갖고 있던 돈은 안 쓰고 아낄 수 있었다는 뜻이다.
현금 성격의 돈을 언제까지 쓰라고 하고 나눠준다면 소비 진작 효과가 생긴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두 연구 결과의 차이는 그 효과를 산출하는 비교 값의 추정 방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4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소비지출액을 전년 같은 기간의 것에 견줘 소비 증진 효과를 산출했는데, 같은해 2~3월 소비 감소가 4월부터 회복세로 돌아선 점과 이에 따라 미뤄졌던 소비지출을 늘린 이연소비(보복소비) 효과를 비롯해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정부 정책 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한계로 꼽힌다. 소비 증감에 영향을 끼친 여러 요소를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 하나로 단정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소비 회복세와 이연소비 효과 등을 고려해 계산하긴 했으나 소비 진작만으로 재난지원금 효과를 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전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가계소득 보전과 소비 증가, 내수 진작 등 경제 전반에 끼치는 이른바 ‘승수효과’는 1~2년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제한된 기간의 분석만 갖고 효과를 따지기엔 역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이 어떻게 결론날지는 당정 조율과 여야 움직임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연설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4차 재난지원금을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로 준비하겠다”며 “추경 편성에서는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보편지급에 반대하는 기재부의 반발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정치권에선 절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번 재난지원금을 피해계층에 집중해 좀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에서 4월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 꺼내든 선별·보편 지급 병행 카드는 선별지원에 대한 불만을 다독이려는 포퓰리즘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선별이 어려워서 그렇지 선별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지금 위기는 1차 때보다 훨씬 길고 깊다. 지난해 연말정산 등을 통해 누가 타격을 더 받았는지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재난지원금의 지급 규모는 소상공인과 특수고용노동자 등 고용취약계층 중심으로 이뤄졌던 2차나 3차 지원금 때보다는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계층에 대한 손실보상 성격의 선별지급과 동시에 전국민 보편지급이 이뤄질 경우 전체 예산은 20조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재원 마련은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 방식이 거론되는데, 재정 건전성 논란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도는 이달 1일부터 전체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경기도의 재난소득 지급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