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 관계자들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보를 통해 공개된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 1885명의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공개 대상자는 행정부 소속의 정무직, 고위공무원단 가등급, 국립대학 총장, 공직유관단체장,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회 의원, 시·도 교육감 등이다. 신고 내용은 대한민국 전자관보 누리집(gwanbo.moi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상당수 고위공직자는 보유에 제한이 없는 해외 주식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직자 자녀들이 ‘동학개미’ 열풍에 편승해 주식 투자에 나선 사례도 있었다.
25일 발표된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보면, 이른바 ‘서학개미’가 된 공직자와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은 배우자가 해외 주식을 매입하면서 보유 주식액이 3억9840만원에서 14억4694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남편인 이상우 김앤장 변호사가 나이키(347주), 월트디즈니(777주), 마이크로소프트(MS·437주), 스타벅스(525주) 등 해외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여서다. 김 차관은 “배우자 급여 등으로 해외 주식 신규투자금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광진 청와대 청년비서관은 배우자가 테슬라(15주) 등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면서 주식 보유액이 4968만원에서 1억1633만원으로 두배 넘게 증가했다. 박진섭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도 배우자가 삼성전자 등 국내 주식과 함께 테슬라, 애플 등 해외 주식도 갖고 있다며 주식 보유액 3692만원을 신고했다. 신용도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이사장 역시 지난해 한일현대시멘트(500주) 등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줄이고 월트디즈니(44주) 등 해외 주식 비중을 늘렸다. 주식 보유액은 종전 2억2294만원에서 13억9327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장영수 대구고검장은 배우자가 마이크로소프트(436주) 등 해외 주식 1억2998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응세 한국한의약진흥원장은 배우자가 네이버(168주) 등 국내 주식과 테슬라(17주), 중국국제항공(2000주) 등 해외 주식을 합쳐 총 6억6334만원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2억2229만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테슬라(145주) 등 1억5552만원어치의 해외 주식을,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본인이 테슬라(87주) 등 6580만원어치와 장남이 머크(2주) 등 580만원어치 해외 주식을 지난해 매수했다. 김학규 한국부동산원 전 원장도 아마존,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주식을 매입해 주식 보유액이 117만원에서 1억481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는 재산변동 사유에 “기존 국내주식 매각 및 해외주식 취득”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고위공직자들의 자녀 가운데 새로 주식 투자에 나선 이들도 상당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장남이 새로 삼성전자(7주), 빅히트(10주) 등 748만원어치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김재훈 재정정보원장의 장녀도 엘앤케이바이오(210주), 네이버(4주) 등을 매입해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의 자녀도 삼성전자(20주) 등의 주식을 새로 매입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장남은 주식 보유액이 259만원에서 1603만원으로 증가했다고 신고했다. 장남은 애플(44주)과 마이크로소프트(40주) 등 해외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 위원장은 ‘장남 예금으로 뉴욕 상장주식 매입’이라고 기재했다. 장남은 2016년 대학 졸업 뒤 직장을 다니고 있다.
반면 국내 주식을 처분한 고위공직자들도 있었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본인과 배우자가 보유한 셀트리온 주식 1041주 등을 매각해 보유 주식 평가액이 1억5천만원대에서 1491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과 오병석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은 각각 1억3982만원, 5억5743만원에 이르는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공직자윤리법(제14조의4)은 고위공직자가 본인을 포함해 직계가족이 3천만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경우 매각 또는 백지신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제한이 없다. 펀드나 해외 주식도 예외다.
이정훈 진명선 박현 이승준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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