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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연금충당부채 1천조원…세금으로 갚는 돈 아니라지만 이대로 괜찮을까

등록 2021-04-06 13:41수정 2021-04-07 08:59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국가채무와 다르지만 미래세대 부담 우려
강승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왼쪽)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배경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강승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왼쪽)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배경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1044조7천억원.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가 1천조원을 넘었다. 2019년보다 100조5천억원 늘어난 수치다. 연금충당부채는 당장 갚아야 하는 빚이 아니므로 ‘부채’라는 단어와 ‘1천조’라는 숫자에 무턱대고 놀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를 보조하기 위해 해마다 3조원남짓한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데다 향후 인구감소로 적자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부채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연금충당부채는 무엇?

6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정부의 재무제표상 자산은 2490조2천억원, 부채는 1985조3천억원으로 나타났다. 부채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공무원·군인연금 지출 예상액인 연금충당부채(1044조7천억원)다. 2019년(944조2천억원)보다 100조5천억원 늘었다.

연금충당부채는 향후 70년 이상 기간 공무원·군인연금 수급자에게 지출해야 하는 돈을 추산해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말한다. 가입자, 가입 기간, 금리, 임금·물가상승률 등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추정치’다. 가입자들이 내는 연금보험료 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지출 예상액만 계산해 재무제표에 반영한다. 실제로는 대부분 연금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충당하기 때문에,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지는 빚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가 갚아야 할 돈이 아닌데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이유는 우리 정부가 2011년부터 ‘발생주의’ 회계 제도를 따르기 때문이다. 발생주의는 ‘상환 날짜와 금액이 확정된 채무’뿐만 아니라, ‘국민이 언젠가 정부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까지 표시하는 회계처리 방식이다.

왜 이렇게 많이 늘었나?

연금충당부채 금액의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할인율’이다. 할인율은 화폐의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금리가 5%라고 가정하면 현재 100만원은 1년 뒤 105만원이 된다. 지금 100만원은 1년 뒤 105만원과 가치가 동일하다. 반대로 1년 뒤 100만원은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할인율 5%를 적용해 95만2천원 정도가 된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현재가치는 더 올라간다.

연금충당부채 산정에서 할인율은 ‘10년 평균 국채수익률’을 적용한다. 국채수익률(금리), 곧 할인율이 낮아지면 현재 재무제표상 표시되는 부채가 늘어나게 되고, 반대로 할인율이 높아지면 부채가 줄어드는 구조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저금리 추세를 반영해 할인율을 기존 2.99%에서 지난해 2.66%로 낮췄고, 이에 따라 연금충당부채가 70조9천억원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할인 기간 감소 등 기타 수치 조정으로도 15조5천억원이 늘어났다. 전체 연금충당부채 증가분(100조5천억원)의 86%에 해당하는 86조4천억원이 회계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나머지 증가분인 14조1천억원은 수급자 증가 등 미래 지급해야 할 연금액이 늘어난 실질적 요인 때문에 발생했다.

나랏빚은 아니지만 연금개혁은 필요

정부는 회계원칙상 연금충당부채를 재무제표에 기재하지만, 세금으로 갚는 빚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공무원연금공단은 누리집을 통해 “충당부채는 나랏빚이 아니라 매달 재직공무원이 내는 기여금과 국가가 공무원의 고용주로서 부담하는 부담금 등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대부분 충당된다”며 “연금충당부채를 전액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는 일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렇다고 늘어가는 연금충당부채를 마냥 손 놓고 볼 수는 없다. 이미 공무원·군인연금은 적자 발생으로 정부가 매년 3조~4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적자를 메우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재부가 발표한 2020~2060년 장기 재정전망을 보면, 공무원연금은 2046년부터 가입자가 감소해 국내총생산 대비 적자비율이 2020년 0.1%에서 2060년엔 0.6%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군인연금은 적자 비율 0.09%에서 0.17%로 확대될 전망이다. 기재부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성장률 하락 추세로 재정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사회연금 및 보험 부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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