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준 기재부 재정관리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배경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추경을 네차례 편성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정부 살림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국내총생산 대비 적자 비율은 주요국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부는 6일 국무회의를 열어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총수입은 478조8천억원, 총지출은 549조9천억원이었다. 총수입은 전년보다 5조7천억원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총지출은 64조9천억원이나 늘어난 탓에 재정수지는 크게 악화됐다.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네차례 추경을 편성해 정부 씀씀이를 확 키운 탓이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71조2천억원 적자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1924조5천억원) 대비 -3.7%로 1982년(-3.9%) 이후 적자 비율이 가장 컸다.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기금 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112조원 적자로, 국내총생산 대비 -5.8% 규모였다. 이는 관리재정수지 개념을 도입한 2011년 이후 가장 큰 적자 비율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친 국가채무는 846조9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조7천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 채무는 819조2천억원으로 120조2천억원이, 지방정부 채무는 27조7000억원으로 3조4천억원이 전년보다 늘었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4%로 6.3%포인트 증가해, 2009년 30%를 돌파한 이후 11년 만에 40%를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재정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국가채무비율 48.4%로 선진국 평균 125.5%보다 훨씬 낮았다. 전년 대비 증가폭도 3.8%포인트로 선진국 평균 20.2%포인트보다 훨씬 낮았다. 다만, 올해도 52.2%로 3.8%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진국 평균은 0.1%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쳐 대조를 보였다.
이지원 기재부 재정건전성과장은 “관리재정수지 통계를 열린 재정을 통해서 공식 관리하는 2011년도 이후 적자 규모가 최대”라며 “코로나19로 법인세 등 수입 증가세가 둔화한 반면 4차 추가경정예산 등 위기 극복과 경제 활력을 위한 지출이 크게 증가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일반정부 부채는 2019년 대비 6.2%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반면 세계는 14.2%포인트, 선진국은 17.9%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2009년 대비 2019년까지 일반정부 부채 증가율을 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18.8%, 한국은 10.8%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가채무에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 등을 더한 국가부채는 1985조3천억원으로 전년보다 241조6천억원 증가했다. 국민연금 운용수익 등 국가자산은 2490조2천억원으로 190조8천억원이 늘었다.
재무제표상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 규모를 웃돈 것은 발생주의 개념을 도입해 국가결산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공무원 연금 충당부채는 지난해 829조8천억원, 군인연금 충당부채는 214조9천억원이었다. 1044조7천억원에 달하는 연금충당부채는 미래에 지급할 추정연금액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개념으로, 연금 수입은 기록하지 않고 연금 지출 부분만 부채로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부채와는 거리가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한 국가부채는 국제 비교가 가능한 국가채무와 일반정부부채, 그리고 공공부문 부채와 달리 부채 규모를 가늠하기 위한 개념”으로 “부채 총액을 파악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부채 규모를 관리하는 데는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시적인 채무 증가에도 확장재정을 통해 위기를 조기 극복하고 경제 역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재정수지 전망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수지(일반정부 기준) 적자비율은 -3.1%로 선진국 평균 -13.3%, 세계 평균 -11.8%보다 낮다. 기획재정부 강승준 재정관리관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재정으로 큰 폭의 재정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상황”이라며 “선진국이나 세계 평균보다 우리나라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한차례 추경을 실시했고, 향후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재정 지출을 더 늘릴 가능성이 커 국가채무 관리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올 들어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플러스 등 15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국가채무는 965조9천억원, 통합재정수지는 89조9천억원 적자로 각각 9조9천억원, 14조5천억원이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국가채무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다고 할 수 있어 아직 재정여력이 있다”면서도 “공공기관 부채도 상당해서, 향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을 지출하더라도 주의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증세를 당장 하지 않더라도 증세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통합재정수지 등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무척 건전하다”면서도 “재정지출을 늘리면 국채 발행 등으로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가고, 재정지출을 늘리지 않으면 내수경기 회복이 더뎌져 국가 세수입이 줄어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갈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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