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패권 다툼 양상으로 전개되는 반도체 전쟁은 한국 정부와 관련 업계에도 큰 숙제를 던지고 있다. 정부는 고심 속에서 업계와 공동으로 대책 수립에 나섰으며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 정책(‘K-반도체 벨트 전략’)을 마련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15일 열릴 예정인 확대경제장관 회의에서도 반도체 사안을 주요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확대경제장관 회의에서 반도체·전기·조선 등 주요 전략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13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쪽 인사 뿐 아니라 반도체산업협회장인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 이석희 에스케이(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경제계 인사도 참석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김완기 소재융합산업정책관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미-중 간 경쟁과 상관없이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양자 대결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 식의 접근보다는 산업 발전을 꾀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기현 반도체협회 전무는 “반도체는 성장을 빨리하는 산업이고 제조 중심이 아니라 연구·개발 중심이라 가장 아쉬운 게 사람”이라고 말했다. 안 전무는 “학사, 석·박사 인력 다 필요한데 반도체 업계에 필요한 만큼 배출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미 늦긴 했지만, 이 산업이 금방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산업부는 물론 교육부, 고용부, 과기부가 같이 나서 정원 문제부터 풀어줬으면 좋겠다는 게 업계의 오랜 바람”이라고 말했다. 인력 양성 및 공급은 협회 쪽의 대정부 건의문에서도 주요 항목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협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열어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종합 정책을 수립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 장관은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민간의 적극적 투자 확대가 필요하며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연대와 협력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정배 반도체협회장(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한 협회 회장단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산업계 건의문’을 전달했다. 업계는 국내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지원 확대, 반도체 초격차를 이끌어 갈 인재 양성 및 공급 등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는 미 백악관 주재 반도체 회의의 핵심 실마리였던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별도 대책도 마련 중이다. 산업부는 이달 중 차량용 반도체의 자립화와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민·관 합동 중장기 기술개발 계획 수립에 착수해 올해 중 매듭짓기로 했다. 이와 관련된 지난 7일의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회의에서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협의체를 통해 자동차-반도체 업계 간 협력 품목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은 수요·공급 업체 간 연대·협력 쪽으로 맞춰져 있다. 지난해 6월 ‘시스템 반도체 설계지원 센터’ 개소, 10월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 발표에 이어 그 후속 조처로 지난달 온라인 플랫폼인 콤파스(COMPASS)를 출범시켰다. 정부는 콤파스에서 맺어지는 수요연계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별도 연구·개발 사업을 기획할 예정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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